[맘스커리어] 2024. 11. 05. 아이들을 돌보는 마을의 울타리 ‘도토리마을방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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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4-11-06 10:45 조회41회 댓글0건본문
[부모·교사·아이가 함께하는 협동돌봄센터] ②
‘부모’가 운영 주체로 아이를 함께 돌보는 방식
돌봄·교육·활동으로 아이들 성장 돕는 생활형 방과후 돌봄
자연 친화적·관계 중요시한 프로그램 구성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가족’, ‘친구’, ‘집’, ‘시작점’, ‘나침반’, ‘아낌없이 주는 나무’…. 졸업생들은 ‘초등마을방과후’를 이렇게 기억했다. 이제는 졸업해 청소년, 청년으로 성장한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친구들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이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알아가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부모 중심의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초등마을방과후(협동돌봄센터)’은 마을의 아이들을 다 함께 키운다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부모와 교사, 아이 등 3주체가 함께 운영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의 활동, 자연 친화적인 놀이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며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현재 전국에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회원조직으로 등록된 초등마을방과후(협동돌봄센터)는 약 90여곳. 그중에서도 처음 시작된 곳은 1997년 서울 마포구에 설립된 ‘도토리마을방과후’다. 가을의 공기가 제법 차가웠던 지난 10월, 도토리마을방과후를 찾았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시계가 오후 1시 30분을 넘기자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인터뷰를 위해 센터를 찾은 기자에게도 반갑게 인사를 건넨 아이들은 익숙하게 가방을 놓고 한 공간에 모여들었다. (나중에 마치고 나오며 보니 아이들은 한 공간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는데 덕분에 여러 명의 아이들이 있었음에도 꽤 조용했다.)
“카프라(나무 블록) 할 때가 제일 재미있어요. 2학년 형들이랑 많이 놀아요. 카프라를 쌓아서 만들기도 하고 지구에는 없는 걸 만드는 거예요.”(김하준/가명, 8세)
“저는 안에서 보드게임 하는 것도 좋고, 밖에서 술래잡기 같은 것도 하고, 얼음땡하고 놀아요. 그리고 저 곤충 동아리라서 밖에서 곤충을 잡아서 관찰하고 애벌레도 키워요.”(장선우/가명, 8세)
도토리마을방과후에서 만난 1학년 하준이와 선우는 학교가 끝나고 이곳에 와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노는 게 재미있다고 신나게 말했다.
도토리마을방과후는 전체 49명의 아이들이 이용한다. 오후 1시~4시 사이, 학교 수업이 끝난 (초등학교)아이들이 차례로 방과후에 모이고, 방학 기간에는 부모가 일하는 시간인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용한다. 특히 도토리마을방과후는 ‘생활형 방과후 돌봄’이라는 점이 특징적인데,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활동 외에도 자유시간이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도토리마을방과후 장영진 선생님은 “기본적으로 당신의 아이, 나의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를 함께 키우는 것이고 자연 친화적이고, 관계중심의 공동체 의식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각 초등마을방과후(협동돌봄센터) 마다 각각 특성이 다르지만, 도토리마을방과후의 경우 활동성이 큰 아이들을 위해 밖에서 놀 수 있는 활동이 많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주체자가 된다. 장영진 선생님은 “다른 기관에서는 ‘캠프’를 우리는 ‘들살이’라고 한다”면서 “다른 점은 캠프가 주로 짜여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이라면 들살이는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사와 함께 자연에서 노는 시간을 확보하는 등 부모 없이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활동을 해 보는 것”이라고 했다. 나들이 역시 미술관이나 공원에 가는 것 외에도 (고학년의 경우) 자전거를 타고 멀리 다녀오는 등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도토리마을방과후는 전 학년이 함께하는 활동들을 통해 서로 배려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학년별로 반이 나눠져 담임 선생님도 있지만, 전 학년이 함께하는 ‘공동체 놀이’를 통해 1학년과 6학년도 함께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우리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친구들과 놀기도 했지만, 또 동생들과도 놀았잖아요. 그걸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성장) 속도가 조금 늦은 아이들은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잘 놀기도 하고, 반대로 (성장) 속도가 빠른 아이들은 형이나 누나, 언니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하고요. 학교에서처럼 같은 학년으로만 묶으면 각각 (성장 등)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드러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왕따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공동체 놀이를 통해서 전 연령의 아이들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함께 하는거죠.”
“애초에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하는 거예요.”
장영진 선생님에게 초등마을방과후(협동돌봄센터)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경력인정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당연히 경력인정이 되면 좋겠지만, 애초에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시작했다”며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력인정이 안 되는걸 알고 안 오시는 선생님들도 많고, 오게 되더라도 1~2년 만에 그만두는 분들도 있다”면서 “경력이 인정되지 않으니 선생님들이 자주 바뀔 수 밖에 없고 당연히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말을 덧붙였다.
경력은 차치하더라도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협동돌봄센터가 법제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재정 안정성’ 때문이다. 재정이 불안정하니 교사들과 부모들이 임금협상을 할 때도 예민할 수밖에 없고,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일 한지 얼마 안 된 교사들 입장에서는 더 일하고 싶어도 아이들이 점점 줄고, 보육료가 높아지는 상황까지 생기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그만둘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는 “재정 안정성으로 인한 고용불안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인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타지역에서 운영되던 협동돌봄센터 중에는 올해까지 운영하고 종료가 결정된 곳도 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저도 매년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장영진 선생님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위와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자기 만족인 것 같다.(웃음)”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을 하면서 스스로를 평가할 때 작년보다 올해의 나는 조금 더 나아졌을 거라고 평가한다. 아이들과 만나고 일을 하면서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이전에 일했던 초등마을방과후(협동돌봄센터)을 이용하던 아이를 몇 년이 지나 성인이 되어서 우연히 만난 적 있어요. 풍물을 하는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해서 생각한 대로 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보람 있더라고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늘 고민하는 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까’거든요. 그 고민이 틀리지 않았구나, 어려운 일이지만 아이들을 믿어주고 지지해 주고, 기다리면 아이들에게 큰 자양분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mrpark@momscareer.co.kr
출처 | 맘스커리어(https://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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