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2024. 10. 18.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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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4-10-21 14:02 조회108회 댓글0건본문
[와글와글 공동육아⑦] 아이도 부모도 '스파링' 하는 곳, 실패 통해 함께 자란다
[김승기]
지금, 여기 서울 한복판에서 ‘공동육아’라는 이름으로, 서로 돌봄하는 어린이집 협동조합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참나무 어린이집입니다. 참나무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키운 부모들이 공동육아의 살이와 공동체의 복원을 이야기 하려 합니다. 이 글은 참나무어린이집의 부모 조합원, 세모가 쓴 글입니다. 세모(김승기)는 7세방 아빠입니다. <기자말>
저는 한 달에 한 번, '땀땀'이라는 반찬 모임에 나갑니다. 이웃의 어려운 가정을 위해 반찬을 만드는 모임이죠.
이 모임에 가면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저희 참나무 어린이집에 다니는 가정뿐 아니라, 이미 졸업해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들도 옵니다. 아이들은 만화책도 보고 웃고 떠들고 노는 동안, 어른들은 반찬을 만들기 위해 굽고, 썰고, 버무리면서 맥주도 한 잔하고 이야기도 나눕니다.
어릴 적 명절에 외가에 가면, 친척 또래들과 제가 노는 동안 어른들이 바쁘게 요리를 준비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이 기억이 납니다. 지금 제가 그렇습니다. 제 아이는 비록 저 때만큼의 사촌과 친척들은 없지만, 땀땀이라는 반찬 모임을 하며 아이에게 이런 기억을 남겨줄 수 있어 위안이 됩니다.
한번 주변을 생각해 봅니다. 지금 한창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 30~40대 부모인데 동네에 또래 친구가 있는 분들이 있나요?
지금 자녀인 아이들이 형, 누나, 동생과 사촌이 있어 풍부한 또래 집단의 상호작용을 누리고 있나요?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닌다면 부모가 실제로 그 안에 들어가서 아이들의 상호작용을 볼 수 있나요? 아이들의 상호작용을 위해 교사와 다른 부모와 함께 이야기 하거나, 이 상호작용을 더 풍부하게 하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만나시고 있나요?
저는 이 모든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이런 대답이 가능한 것은 저희가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라서인 것 같아요. 반찬을 혼자 만들어 먹기보다 어린이집 부모들이 모여서 만들고 주변 이웃에게 나누고, 또 같이 나눠 먹는 것처럼요.
공동육아의 매력... 관계의 실패 경험하며 자라는 아이들
저도 처음에는 제가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더라구요. 공동육아는 두 방향에서 링 위에 올라 대결하는 '스파링'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부모와 아이, 각각 두 방향에서요. 물론 복싱 장갑을 끼고, 피터지게 싸우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스파링은 아니죠.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아이들은 공동육아 어린이집 안에서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강도높게 스파링합니다. 이 스파링은 엘리트 교육에서 보여지는 학습의 밀도를 연상하게 합니다. 특히 자유놀이를 살펴보면 이런 부분을 두드러지게 관찰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1년에 한 두 번 휴가를 내고 일일교사로 하루 내내 아이들을 관찰해봤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각자의 욕구에 맞추어 역할과 그날그날의 규칙을 구축합니다. 이 자유놀이 시간에 갈등, 협상, 다른 친구의 욕구를 살피는 행위, 내 욕구에 대한 표현은 물론 내 욕구를 억제하고 서로에게 필요한 행동 그리고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비난, 부정적 정서에 대한 회복, 혼자 자신을 돌보는 시간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종류의 상호작용이 폭발적으로 일어납니다.
그 속에서 교사들은 긴 호흡을 통해 이런 상황을, 적절히 그러니까 안전하게 조율합니다. 아이들은 이 작은 실패를 중재자인 즉 교사와 함께 안전하게 반복합니다. 이 훈련은 비유로써 뿐만 아니라 실제와도 유사하게 동작합니다. 보통 격투가들은 격투술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은 통증에 익숙하지 않기에, 그들의 거친 용어로, '쳐 맞아 보지 않았기'에 격투가를 이길 수 없다고들 합니다.
아이들은 종종 작고 조율된 사회적 실패를 겪습니다. 재밌어 보이는 놀이에 용기를 내서 놀자고하는 도전, 같이 놀자고 했을 때 거절, 놀이중 욕구 충돌, 욕구를 표현 못하고 무시당하는 경험 등이죠.
이런 사회적 실패는 사회적 통증, 즉 우리가 종종 상처라고 부른 것을 겪는데, 우리의 뇌는 이 사회적 아픔을 물리적 통증과 같이 처리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실제 고통을 맞이하면서 성장하게 됩니다. 날씨가 변하듯이, 한편으로 계절이 순환하듯이 자연스럽게 털고 일어나는 나죠. 책을 읽거나 사지선다에서 고르는 학습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면서 체득하죠.
엘리트 교육의 밀도를 연상한다는 게 좀 전달이 되었을까요? 놀이 중심이라는 것은 결코 단순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것은 매우 야심찬 목표입니다. 이런 훈련을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본 교사는 "둘이 친하게 지내야지, 친구 손 잡고 사과해"와 같은 하나마나한 개입은 하지 않죠. 교사는 놀이를 풀고 거두어 들이면서 서로의 불편한 점을 자연스럽게 익숙해 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부모도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스파링을 한다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이집의 또다른 한 축은 바로 부모들입니다.
이곳 어린이집에서 부모들은 김장, 대청소, 주말청소와 같은 행사, 매달하는 방모임과 같이 가정과 아이들 상태를 공유하는 모임, '아마활동'(일일교사) 등을 포함해 매우 다양한 방향에서 아이 상황을 공유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외칩니다.
"주말 청소에서 너희가 쓰는 장난감, 아빠가 깨끗하게 닦았어. 내일 어린이집 가면 재미있게 가지고 놀아!"
이렇게 모인 학부모들의 공유된 상태는 가정과 터전 밖 다양한 만남으로 확대하고 아이들의 정서공간과 생활공간 안에 우리 모두를 함께 둘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 모든 조합 활동은 우리가 아이들의 정서 세계에 초대받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입니다.
공동육아는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는 울타리를 택했습니다. 그래야 재정적 보조를 받을 수 있거든요. 협동조합이어서, 부모와 교사가 수평적인 관계에서 의결권을 가지고 운명과 방향을 정합니다.
이런 체계는 제도적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고 자연스럽게 부모 뿐만 아니라 교사는 물론 친구 부모와 아이의 의견도 고려하도록 장려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갈등도 생기고, 의견 조정을 하는 이른바 '부모 스파링'을 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부모들은 다양한 역할을 요구받습니다. 양육을 하는 부모이자, 벌이를 해서 아이를 부양하는 자본시장 참여자이자, 어린이집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자이자, 출자를 한 동료 동업자이자, 동등 의결권한을 가진 조합원이자, 직원을 고용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장님으로서요.
또 돌봄 용역을 소비하는 소비자이자,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 대해 고민하는 양육자이자, 다른 아이와 다른 가정에 대한 공감대를 가진 집단 구성원으로 기능하기를 요구 받습니다. 정말이지, 쉽지 않은 스파링입니다.
아이 수만큼 다양한 부모들, 모두 같은 마음일 수는 없지만
부모들의 직군 분포는 어떨까요? 평범한 직장인을 포함해 정말 다양합니다. 소설가, 교사, 사업가, 스포츠 선수, 개발자, 공무원, 학자, 출판 종사자, 법률 직군 등등.
이들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그저 '아이'가 있고 '어린이집 근처'에 산다는 것 빼고는 공통점을 찾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이런 배경의 집단 구성이 요구받은 다양한 역할수행을 공동 분배 의결권으로 잘 해내기란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도 체계 안에서 우리는 비영리 법인이자 동시에 협동조합이자, 어린이집 사업장으로써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실 법인을 운영하거나 제도 안에서 구조를 고민하는 역할은 상당히 드뭅니다.
결국 대부분 짜여진 구조 안에서 어떤 특정 역할을 수행하는 일을 많이 하게 되죠. 단순 영리 기업에 비해 적은 사례와 낯선 규제, 제도를 가지고 있어 일반 사기업 운영에 익숙한 것과는 또다른 난이도입니다.
종종 '공동육아는, 아이들은 좋은데'라는 표현으로 부모들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분들도 봤습니다. 어떤 환경을 아이에게 제공할 것인가는 선명하고 야심차지만, 부모가 어떤 관점에서 이 체계를 바라봐야하는지, 부모는 가치를 얼마나 수용해야하는지, 대중으로서 참여한 부모는 어떻게 공동육아의 문화를 바라봐야하는지에 대해선 아직 얘기가 부족합니다. 그저 "해보면 안다"의 접근에 머물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런 지점들은 때때로 혼란으로 다가옵니다. 많은 자원을 투하해야하는 양육을 위해 공동육아에 참여하니 또다른 자원을 대규모로 요구 받고, 아이를 키우는 집단이라 기대했지만 가치에 대한 고민과 요구도 추가됩니다.
어른인 우리는 늙어가고 있으며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미래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죠. 그래서인지 영어유치원, 초등 의대반을 대비하기 위한 유치원, 영재반, 코딩교육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는 세상입니다. 그런 노력이 무의미 하다거나, 거기에 무조건 반대한다고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전만큼 그런 교육들이 중요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새로나온 챗 지피티는 이미 저보다 수학과 영어를 잘 하더군요. 어떤 분야는 박사급 전문가의 실력을 보이기도 하고요. 다음 시대는 그러나 한계를 가진 인간으로서 공감하고, 조율하고, 울고, 웃고, 표현하고, 함께 할 줄 아는 인간적인 존재를 더 필요로 할거라 믿습니다. 그런 능력을 가지려면 영유아 시기에 가장 든든한 바탕을 만들어 주는 곳이 바로 공동육아가 아닐까 싶네요.
오는 19일(토)에 제가 다니는 서울 마포 참나무어린이집(홈페이지 링크)에서 2025년 신입생 등원설명회가 열립니다.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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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마이뉴스(https://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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