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2024. 10. 06. 아이들 안 반기는 세상, 근데 여기는 좀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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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4-10-07 10:23 조회155회 댓글0건본문
[와글와글 공동육아②]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 친구'가 되려 노력합니다
지금, 여기 서울 한복판에서 ‘공동육아’라는 이름으로, 서로 돌봄하는 어린이집 협동조합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참나무 어린이집입니다. 참나무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키운 부모들이 공동육아의 살이와 공동체의 복원을 이야기 하려 합니다. 이 글은 참나무 어린이집을 졸업한 두 아이(초2, 초4)를 키우고 있는 토마토(진재연)이 쓴 글입니다. <기자말>
지난 7월, 우리 시대의 예술가이자 스스로 '뒷것'을 자처했던 김민기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수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고 애도했으며 그가 남긴 뜻을 이어가기 위해 마음을 모았다. 그가 떠나기 얼마 전 방영했던 SBS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는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활동과 생애를 담아내 큰 주목을 받았다. 젊은 예술가들이 성장하는 못자리를 만들어온 학전 소극장, 당시에는 상상 할 수 없었던 배우와 스태프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불, 한국 사회 굴곡의 역사마다 함께 했던 그의 노래들,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했던 삶.... 자신을 드러 내기 원치 않았던 그에 대해 증언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가 닿았다. 이제는 유명인이 된 이정은, 황정민, 설경구 등 학전 초기 배우들도, 젊은 시절 야학에서 만났던 제자들도, 그의 노래를 들으며 살아온 모두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1980년 신림동 난곡에 '해송유아원'을 설립할 때 김민기의 공연으로 자금을 마련했다는 것이었다. 아동문학가 마해송 선생의 이름을 딴 이 공간들은 1970년-1980년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보육 운동의 실천이 시작된 곳이었다. 그 시절 달동네, 빈곤지역의 맞벌이 부모를 하루 종일 기다리며 방치된 채 지내야 했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공적인 보육 시설을 만들고자 애썼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과 김민기는 공연을 열어 기금을 모았다.
'아동 배제' 노키즈존 늘어가는데... 어린이 환대하는 사람들이라니
그 때 그 달동네에서 아이들의 돌봄을 고민했던 학생, 노동자들이 지금의 '공동육아'를 만들어 온 이들이어서 더욱 반가웠고, 내가 공동육아 신입 조합원 교육에서 처음 들었던 해송유아원, 해송아기둥지 등의 이름을 다시 이렇게 듣게 된 것이 신기했다. 또한 "아이들을 사회구성원으로서 존중하고 지금 어린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는 김민기의 말들이 큰 울림으로 다가와 울컥하기도 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큰 성공을 한 후 2004년 김민기가 모든 영광을 뒤로 하고 선택한 것은 어린이 공연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어린이 극은 수익하고는 완전히 멀어요" 라는, 관계자들이 늘 말하듯 잘 되는 흥행공식을 알 법도 한 시점에 더 많은 수익을 위한 길을 포기하고 어린이극을 시작한 그의 행보. 김민기의 행보는 효율만을 따지자면 무척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돈을 잘 벌고 편안한 것만 따라가다 보면 내가 사람들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돈이 안 되는 것이라도 해야 한다."
아이들을 환대하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린이에 대한 이해를 거부하고, 존재 자체를 차별하는 노키즈존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놀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거리에서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고, 놀이터는 비어있기 일쑤다. 아마 저출생 때문이기도 하고, 학원 가느라 밖에서 놀 시간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 놀이터가 생겨도, 내 아파트에 다른 지역의 아이들이 와서 노는 것을 반대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세상은 복잡하고 타인에 대한 배제가 심해지는 사회에서 아이들을 환대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진다.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공동육아를 한다. 아이들을 같이 키우는 것 뿐 아니라, 부모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며,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간다(관련 기사: 아버지와 다르게 살려고 여길 선택했습니다 https://omn.kr/2aaoc ).
갓 세 살부터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녔고, 지금은 공동육아 초등방과후의 구성원인 우리 집 두 아이는 초2, 초4가 되었다.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공동육아와 자라면서 바깥 놀이와 나들이는 익숙한 일과 중 하나가 되었고, 동네 놀이터와 뒷산인 새터산, 마을을 가로지르는 홍제천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지역사회가 하나의 커다란 돌봄 공간이고, 그 속에서 어른들은 연대와 협력, 서로에 대한 헤아림속에서 살아간다. 아이들은 환대받으며 어른 친구들과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다정한 어른들의 존재는 작고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에게 우주가 되기도 한다.
작은 친구들은 나를 '토마토'라 부르며 웃는다
"안녕, 토마토!"
공동육아에서는 아이들과 어른이 서로를 친근하게 부르고 평등하게 지내기 위해 평어를 쓰고 별칭으로 부른다. 동네 아이들은 나를 '아줌마' '이모' '누구 엄마'가 아니라 '토마토'라고 부른다. "안녕, 토마토", 하며 동네에서 만난 아이들이 나를 불러주고 인사해 줄 때 기분이 참 좋다. 아이들의 '어른 친구'로서, 나는 내 아이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행복을 고민하며, 세상 모든 아이들이 귀하다는 것을 잊지 않으며 살려고 노력한다. 그것을 공동육아 하면서 배웠다. (본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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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출처 |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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