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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2024. 05. 07. 시간은 아이에게... 아이를 행복을 바라는 어른들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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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4-05-07 11:50 조회2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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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육아의 시선] 12. 어린이날 선물로 시간을 선물하세요


공동육아의 정신은 '내 아이'를 맡기거나 '남의 아이'를 보호해주는 것을 넘어서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우자는 데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공동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원장, 교사, 학부모가 직접 최근 보육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공동육아의 시선'이라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이 기획은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과 함께합니다. -편집자 주


“아이들은 뭐 하고 놀아요?”
“각자 하고 싶은 걸 하고 놀아요.”
“아, 그럼 딱히 정해진 게 없겠네요.”
“그렇죠. 아이들 놀이의 특성상 정해놓을 수 없죠. 교사의 사전 계획이 있지만 항상 그대로 운영이 되는 건 이니에요. 교사는 아이들의 관심을 쫓아 적절한 환경을 만들고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잘 하려고 노력합니다.”
“아, 그렇군요. 정말 어려운 일을 하고 계시네요.”
“누리교육과정의 방향도 그렇고 아이들의 배움은 자발적인 놀이 속에서 더 튼튼히 자라죠.”
“그러니까요.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또 연락드릴게요.”


뚜뚜뚜~~


어린이집 입소 문의 전화였다. 다시 연락이 연락이 올까? 아마도 다시 연락이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맞았다. 또 다른 입소 문의 전화. 이번에는 잘 해봐야지!
“매일 바깥놀이를 하나요?”
“네, 매일 나들이를 가려고 해요. 하루의 많은 시간을 어린이집에서 보내게 되는데 나들이를 통해서 환기도 되고 자연 속에서 놀다가 들어오면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더라구요.”
“매일 나들이를 간다니 참 좋네요. 특별활동은 뭘 하죠?”
“체육과 음악 수업을 외부 강사가 오후 시간에 하고 있어요.”
“다른 건 안 하나요?”
“다른 거 어떤 거 생각하세요?”
“영어나, 한글, 수 이런 거요.”
“지금은 안하고 있는데 같은 반 부모님들과 이야기 해 보시고 아이들에게 적절한 활동이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지금은 안하고 있군요. 그리고 또 뭘 하죠?”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사실 어린이집에서 한글, 수, 영어 이런 걸 안하는 건 아니다.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고 아이들도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 한글, 수’를 ‘한다’.

-민지는 세번째야!
-오늘은 5월 2일
-어제 K*은행에서 통장을 만들었어.

일상에 필요한 한글, 영어, 수를 사용하고 때때로 궁금한 건 물어보기도 한다.
-티니핑은 어떻게 쓰는 거야?

이렇게 알게 된 ‘배움’은 꽤나 실용적이다. 책상에 바른 자세로 앉아서 또박또박 ‘쓰는 걸 배워야만’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일, 이, 삼, 사... 수세기를 사과 하나, 사과 둘 그려놓아야지만 셀 수 있는 건 아니다. 일상에서 필요해서 내가 알게 된 배움으로 내가 편하고 즐거워지는 경험으로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다.

간혹 부모님들의 요청이 있다.
“학교 가기 전에 자리에 앉아있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다른 데에서는 한글 떼주고, 파닉스도 하던데... 해 주시면 안될까요?”
자리에 앉아있는 연습, 한글을 익히고 파닉스를 떼면 학교에 가서 좀 편할 수 있겠다. 학교에 가서 ‘나 저거 할 수 있는 거야!’ 하고 자신있게 말하면서 그때 좀 딴짓해도 괜찮을 것 같다. 줄넘기도 잘하고, 훌라후프도 잘하고 학교에 가면 더 좋을 것 같다. 학교에서 배우는 시간에 좀 한가할 수 있겠다.

그래서 3, 4, 5세 때 미리미리 한글도 하고 줄넘기도 하고 영어도 한다. 그럼 3, 4, 5세 때 해야 할 중요한 것들은 언제 할 수 있을까? 이 시기에 중요한 건 무엇보다 ‘놀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너무나 중요한 것들을 배운다. 이 시기에는 놀이가 곧 배움이며 나아가 앞으로 살아갈 힘이 된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 주도권과 자율성을 갖게 되며 상상력과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 놀이는 두뇌 성장에 도움을 주어서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준다. 이 모든 것들이 특별한 ‘교육’이 주는 효과가 아니라 아이의 ‘놀이’가 가져다주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놀이 시간’을 빼서 학교 가면 알 수 있는 것들을 ‘미리’ 준비해야 할까?

어떤 부모는 노는 건 집에서도 할 수 있고 하루 종일 놀면서 잠깐씩 시간을 내서 뭔가를 ‘학습’하는 게 뭐가 그리 문제일까요? 하고 질문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아이는 하루종일 별로 하는 일이 없어보인다.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고 어린이집 가서 놀다가 점심 먹고 쉬다가 또 놀다가 집에와서 놀다가 잠이 든다. 아침밥을 차려야 하는 것도 아니고 빨래를 하거나 청소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기본적인 것들을 하고 놀다가 잠들면 그게 하루의 전부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아이들의 주장이다.

조금 놀다보면 정리하라고 하고, 뭔가 좀 제대로 놀자 싶으면 밥 먹는 시간이라고 한다. 바깥놀이 가서도 이제 막 개미집을 찾았는데 개미가 이제 막 과자 부스러기를 집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과연 집까지 잘 갖고 들어갈지 살펴보려고 하는데 들어가야 할 시간이라고 하고, 어제 놀다가 두고 온 돌멩이 무덤이 잘 있는지 보러가야 하는데 오늘은 미세먼지가 나빠서 나가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원하는 놀이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하루 일과에 특별활동이나 외부 강사가 들어오는 날이면 놀이 시간은 더 어려워진다.

시간이 없다. 아이의 시간이지만 아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많지 않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아이의 시간을 더 할애해서 미래를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도 아이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아이를 위해서 아이의 지금 시간을 미래를 위해 양보하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초등학고 입학 전의 이야기이고 초등학교에 가면 어른들도 ‘아이가 정말 바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미안해 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102회 어린이날이니 1922년에 1회 ‘어린이날’을 제정했을 당시의 ‘어린이’라는 개념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일제강점기로 아이들이 교육받지 못하고 농사일을 하거나 공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인격체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때였다. 이에 ‘어린이’라는 개념과 함께 어린이를 위한 날을 제정한 것은 어린이들의 권리와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어른들의 노력하자는 의미였다.

지금의 ‘어린이’는 100년 전의 어린이와 처한 상황이 많이 다르다. 농사일이나 공장의 일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근본적인 의미 ‘어린이들의 권리와 가치’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어른들의 과제는 지금까지도 의미가 있다.

2024년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아이들에게 줄 선물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시간’이다. ‘새로운 시간’을 주기보다는 아이의 시간을 아이에게 돌려주자. 아이가 자신의 시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간, 한가로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내 시간의 주인이 되어 운영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아이의 시간을 돌려주자. 어린이날 하루만이 아니라 점차로 아이의 시간이 아이의 것임을 알 수 있도록 하자.

내 시간의 주인이 되는 건,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며 아이가 아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 부모 손에 쥐고 있던 아이의 시간을 조금씩이라도 내어주고 결국에는 아이에게 다 주어야 비로소 아이는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다.

100년 전 어린이날 포스터를 보면서 지금의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을 살리자, 내일을 살리자”
“잘 살려면 어린이를 위하라!”



*이 글은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정책위원 최진이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최진이 님은 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10여 년 일하다가 최근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의 위탁체인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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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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