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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고-베이비뉴스 20230111우리아이 초등학교 가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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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3-01-11 11:48 조회4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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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약 두 달 뒤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주변에선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인생에서 손에 꼽는 뭉클한 순간이었다며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는데 아직도 나에게 한없이 어리기만 한 것 같은 아이가 학교에 간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 젓가락질도, 매운 것을 먹는 것도 아직 서툰 아이를 보면 과연 이대로 초등학교 가도 괜찮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어린이집 4년 차, 어린이집에서 아이의 하루는 실내외 자유놀이-아침열기-나들이&실내활동-점심-볕든 마당놀이-낮잠-간식-실내외 자유놀이로 이루어져 있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7살의 교육목표는 신체운동∙건강, 의사소통∙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의 네 영역으로 나눠져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보통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목표와는 많이 다르다. 둘 이상 여럿이 함께 하는 놀이를 하는 것(신체운동∙건강), 자기 경험, 느낌, 생각을 말하고 친구와의 갈등을 스스로 해결해 보는 것(의사소통∙사회관계), 신체나 도구를 활용하여 동작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예술경험) 등. 간혹 7살이라 한 번 해보라고 주어진 활동들도 아이들의 주도성에 바탕을 두고 이뤄지기 때문에 완성을 강요받지 않는다. 7세 하반기에 직조를 시작했는데 다른 아이들이 실로 천을 만들어서 가방을 만드는 동안 아이의 직조는 계속 제자리였다. 다른 아이들은 직조활동이 다 끝나고 다른 활동으로 넘어가도 아이는 자기 속도대로 벌써 두 달째 직조를 하고 있다. (과연 어린이집 졸업 때까지 완성할 수 있을까)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한 건 나뿐인 지 “엄마, 아빠, 네 것까지 3개는 만들어야 해!”라고 압력을 넣어도 그때뿐이었다. 최근 시도해 본 낙서 미술 시간에도 아이는 그림보다는 물감을 더 열심히 섞어 보았다고 한다.


물감과 물이 싸우는 것을 열심히 구경하는 아이/아래. ⓒ이지선
어린이집에서 인지 교육은 지양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원 할 때까지 자유롭게 자신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인정받으며 하루를 보내다 오는 아이를 보면 얼마 전까지 어린이집에 보낸 것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만에 곧 입학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내가 아이에게 가장 맞는 어린이집을 선택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자신이 없어졌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내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초등학교 입학 후 아이의 교우관계와 선생님에 대한 부분이다. 지금까지 4년 동안 같이 지내온 11명의 아이들과 아이의 감정과 관계를 깊게 들여다 봐주는 교사들이 있었는데도 아이는 다른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데 종종 어려움이 있었다. 해가 갈수록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자기만 아는 언어와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해서 다른 아이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하고 그로 인해 오해가 쌓여 친구들 사이의 갈등이 오래 지속되기도 했다. 아이는 7세 때 곤충에 심하게 몰입했는데 그중에서도 장수말벌에 꽂혔다. 비슷한 때에 곤충에 관심이 있던 아이들 사이에서 장수말벌 놀이가 만들어져 한동안은 재미있게 놀았지만 3개월쯤 지나자 다른 아이들은 하나, 둘씩 놀이에서 빠지기 시작했다.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윙윙 소리를 낸다든지 독침으로 공격하는 행동이 놀이로 귀엽게 보이는 것은 아이들 사이에서 놀이가 지속되는 잠깐이었고 다른 아이들에게 그 놀이가 더 이상 흥미롭지 않았을 땐 공격으로 받아들여지거나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 다른 아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입지가 친구들 사이에서 불안해지는 것과 상관없이 본인 스스로 흥미가 떨어질 때까지 그 놀이와 관심을 멈추지 않는 아이의 성향과 행동들이 나에겐 아이의 장점보다는 단점으로 보였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몰입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위로해줬지만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학교에 가도 아이의 이런 면들이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과 많은 아이들을 교육해야 하는 학교 선생님에게 잘 받아들여질 수 있을 자기가 제일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막연한 불안감을 내려놓고 한 발자국 떨어져 생각해 보면 지난 4년간 아이의 교우관계는 계속 변화해왔다. 5세 때는 1년 동안 티라노사우루스로 살면서 이렇다 할 교우관계가 없었고 6세 때는 변신 로봇과 만화에 푹 빠져 아이들과 역할놀이를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자기랑 안 논다는 친구의 말에 상처를 받고 어느 날은 어린이집 철문에 기대 울기도 했고 몇 달 동안 하원 길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었다. 그러다 6세 말부터 시작된 미니카 접기로 7살 초반 방 내에서 ‘대장’을 먹고, 아이들이 인정해 주기 시작하니 그로 인해 자신감이 생겼다. 명확하게 자기표현도 하게 되면서 자기 기분이 나쁘면 단순히 “나 삐졌어! 같이 안 놀아" 라고 말하고 마냥 회피하던 모습에서 가끔 왜 자기가 왜 그랬는지에 대해 끝까지 얘기를 이어 나갈 수 있게 되고 자기의 감정을 구체화해서 얘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7세 후반 이후 또다시 아이는 남자친구들 사이 관계의 역동에 변화가 생겨 놀 친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었고 친구가 필요 없는 자기 놀이에 몰입하다가도 친구들이 안 따라주는 현실에 실망하는 등 감정의 파도를 타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만나게 될 새로운 아이들과 바로 잘 지내기를 바란 다니 이건 정말 부모 욕심이 아닌가. 결국 자기와 맞는 친구를 만나고 관계를 쌓기까진 시간과 많은 노력이 바탕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아이의 놀이를 확장을 위해 만들어준 방담임 교사의 작품. ⓒ이지선
이렇게 생각하니 나는 아이가 그동안 교우관계에서의 있었던 어려움을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교사들과 부모들이 있는 상태에서 겪었던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가 곤충에 푹 빠져 있는 동안 교사는 아이들 사이의 놀이를 확장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었고 다른 아마 (아빠, 엄마의 줄임말)들도 갑작스럽게 아이의 엉덩이 독침에 쏘여도 이해해 주셨다. 이미 교사와 아마들 모두 지난 4년 동안 아이가 한 분야에 몰입할 때의 패턴을 알고 있어 한 달에 한 번 방모임에서 아이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하고 이해해 주신 덕분에 아이들 간 갈등이 있어도 무난히 넘어갈 수 있었다. 이런 따뜻한 관심과 손길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때조차 아이가 어린이집을 안 가고 싶다고 말하지 않고 자신 만의 방법을 찾아서 잘 지내보려고 계속 노력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나 또한 공동생활에서 우리 아이가 어떻게 지내왔고 갈등에 대처해왔는지를 가까이서 살펴보면서 아이 개별적인 특성과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교사와 소통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이를 믿고 응원해 주는 것을 졸업 후에는 나와 남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데 어린이집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 정도 마음준비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하진 않아도 초등학교 입학에 불안해하고 있을 아이에게 나의 불안을 더하지 않고 아이를 믿어주기. 앞으로 아이가 관계에서 있어 어려움이 겪는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교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아이와 함께 잘 헤쳐 나갈 수 있길 소망한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만날 선생님들이 아직 집단생활에 훈련이 안 된 아이에게도 친절하길 바래본다. 아이가 공동육아어린이집(이하 공동육아)에 다니고 있다고 하니 주변에서 걱정스러운 마음을 담아 공동육아 출신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해준다. 그럴 때마다 관심분야가 너무 뚜렷하고 자기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하는 아이를 잘 지도해 줄 수 있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길 기도하는데 과연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인 지 모르겠다. (아이가 입학할 학교의 2021년 1학년 학급 당 학생 수가 28.5명이었다!) 2022년 교육 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학급 당 학생 수는 21.1명이고 아이가 갈 학교는 혁신학교라 한 반의 적은 수의 아이들을 기대했는데 한 반에 28.5명이라니 어떻게 된 일일까? 분명 출산율이 낮아지고 교사 대 학생 비율이 줄고 있다고 들었는데 일선 현장에서 확인되는 수치로는 아직도 과밀 학급이 많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학급 규모는 학급 내 모든 교육 상황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수업과 학습의 질에 변화를 가져오고 열악한 교육여건에서 교사의 직무만족도는 감소하고 스트레스 및 자기희생적 노력은 증가하기 때문에 수업의 질 하락이 야기될 수 있다고 한다(이승민, 2022). 또한 학급 규모가 작을 때 수업이 개별적이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학생은 교사와의 관계를 더욱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연구를 통해서도 또 직관적으로도 학급의 규모가 클수록 교사가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들여다볼 시간이 줄어들고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고 양육자라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활발히 논의되고 또 시범 운영되고 있는 어린이집의 교사 대 아동 비율에 이어 초등학교 이후로의 학급 당 학생 수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나는 아이의 교우관계부터 선생님, 교육 전반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막연히 불안하고 아이가 초등학교 가도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해 여전히 자신이 없는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지난 7년 동안 아이를 지켜본 만큼 아이의 몸과 마음, 그리고 나의 마음이 성장했다는 것을 믿고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에겐 이렇게 말해주려고 한다. “너는 초등학교 가도 잘 할 수 있을 거야!”

*이 글은 이지선 해와달 공동육아어린이집 학부모가 보내온 글입니다.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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