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론보도

home   >   자료실   >   언론보도

[2019-03-05 한겨레] ‘협동조합 유치원’이라는 신대륙을 찾아…‘한유총 사태’가 주는 교훈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9-04-16 17:57 조회901회 댓글0건

본문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84632.html#csidx0dcf155803b6d93b2b2a3770c63ee0b  

 

[HERI의 눈]
유치원에도 ‘새로운 학교 모델’ 접목 가능 
화성 동탄, 서울 노원 등 이미 변화 시작돼
학교협동조합, 6년 만에 90여개 늘어난 경험
전파자·당사자, 지원조직 등 협업이 성공 열쇠


지난 2월 22일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의 협동조합 학교 GSD의 총회 모습. 1500명의 교사와 직원이 8개 학교 학생 1만5000명을 가르치고 있다. 이 가운데 1200명이 학교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이날 총회에도 1000명 이상이 참석해 투표로 전년도 사업 결과를 승인했다. 경상남도교육청 학교협동조합 추진단 제공
지난 2월 22일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의 협동조합 학교 GSD의 총회 모습. 1500명의 교사와 직원이 8개 학교 학생 1만5000명을 가르치고 있다. 이 가운데 1200명이 학교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이날 총회에도 1000명 이상이 참석해 투표로 전년도 사업 결과를 승인했다. 경상남도교육청 학교협동조합 추진단 제공

“국가가 운영 지원을 다 해주는데 왜 사립학교라고 하나요?”

 

지난달 경상남도교육청에서 스페인과 영국의 협동조합 학교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 그곳 관계자들한테서 거듭 받았던 질문이다. 무릇 사립학교라고 하면 학교의 시설뿐만 아니라 교사 인건비를 비롯한 운영비를 자체적으로 조달하는데, 한국의 독특한 사립학교 시스템을 그들에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았다. 한걸음 양보한다 하더라도 “국가가 일부 보조하는 반사립”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들의 경우엔 국가의 지원을 받는 만큼 당연히 예산에 대한 관리 감독을 받고 있었다. 특히 영국에선 3년을 주기로 불시에 모니터링을 실시해서 회계 운영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업 성과에도 책임을 묻는다고 했다. 학교장 해임도 이뤄졌다.

 

최근 아이들을 인질 삼은 ‘개학연기 투쟁’을 통해 에듀파인 도입 등 유치원 공공성 강화 조처를 거부하려고 했던 국내 사립유치원 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모습을 이들 나라에 설명하기란 더욱 힘들 것이다. 한유총은 유치원 설립에 개인재산이 들어갔다는 이유를 들어 사유재산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법 등에 따른 ‘학교’로 분류되며, 교사의 인건비 및 연수경비를 비롯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소득세법상 원장의 급여를 제외한 모든 수입에 대해 사업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을 받는다.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한유총의 주장을 바라보는 국민의 여론은 싸늘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27일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에 대해 전국의 만19세 이상 남녀 1049명을 전화 면접한 설문조사 결과,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81%가, 에듀파인 도입에 대해서는 83.1%가 찬성했다. 한유총이 하루 만에 개학연기 방침을 전격 철회한 배경이다. 



새로운 학교 모델로서의 협동조합 유치원 발굴의 필요성

 

 

문제는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당장은 강한 반대 여론에 꼬리를 내렸다고는 하나, 지난 1995년 출범한 이래 정부의 정책 방향이 사유재산권 등 이권을 건드린다고 여겨지면 어김없이 집단 휴원 등의 몽니를 부려온 한유총이 언제 돌아설지 모를 일이다. 이들은 2008~2010년에는 정부가 유치원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며 실시한 ‘국가 단위 유치원 평가’에 대해서 집단으로 보이콧하며 저항한 바 있다. 사립 유치원 회계 비리가 공공연한 비밀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회의원과 학자들 모두 쉬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제까지 공공의 예산을 쥐여주면서도 주객 전도돼 안절부절 눈치나 보며 이들에게 끌려가야 할까.

 

스페인 마드리드의 협동조합 학교 GSD의 총회 모습.  경상남도교육청 학교협동조합 추진단 제공
스페인 마드리드의 협동조합 학교 GSD의 총회 모습. 경상남도교육청 학교협동조합 추진단 제공

이미 지역별로는 국공립유치원을 신설하거나 공영형 사립유치원을 신설할 계획을 세우는 등 유치원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특히 협동조합 유치원 역시 또 하나의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협동조합 학교 모델이지만,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인 곳은 벌써 두 군데다. 경기도 화성과 서울 노원구가 주인공이다. 교육부도 민간의 자생적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회적 협동조합의 경우엔 대지와 건물을 소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시설을 빌려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을 개정한 것이다.

 

고작 두 곳에 불과한 현실에 비춰, 협동조합 유치원이 어떻게 대안이 될 수 있냐고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되새겨볼 만한 사례가 있다. 학교 안에서 학생·교사·학부모·지역주민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매점이나 방과 후 및 현장체험 학습을 운영해볼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2013년 단 2개의 학교협동조합에서 현실화했으나, 6년이 지난 2018년 말까지 그 숫자는 90여개로 늘어났다. 사회적 상상력의 출발이 어려울 뿐, 확산은 훨씬 쉬울 수 있다. 6년 간의 확산 과정을 통해 협동조합 학교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릴 수 있을지를 살펴보자.

 

 

전문가그룹·당사자·지원조직의 결합이 필요

 

 

가장 먼저 새로운 사회적 개념을 널리 알리고 제도화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신대륙 발견에 나섰던 콜럼버스처럼 통념에서 벗어나 모험을 시작할 수 있는 전파자가 있어야 한다. 학교협동조합의 경우, 2013년 당시 성남산업진흥재단 연구위원으로 일하던 배미원 박사의 역할이 컸다. 2012년 말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매점 운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서울 영림중, 성남의 복정고에 협동조합 매점의 가능성을 소개했을 뿐 아니라, 교육부 및 교육청과 적극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현재 협동조합 유치원에서도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며 각종 토론회에서 협동조합 유치원의 개념과 방향을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전문가그룹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콜럼버스의 항해에도 나침반을 비롯한 항해술의 발달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학교협동조합 역시 초기에 변호사, 교육청 공무원,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이 결합해 학교협동조합 추진단을 만들고 정책연구 생산과 제도 개선, 조례 제정 등을 담당했다. 협동조합 유치원의 경우에도 이러한 전문가 집단의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40년 역사를 지닌 공동육아 경험이 집적된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의 경험과 유치원 관계자들의 많은 연구가 도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실제 사례를 만들어가는 당사자들의 역할이 중요한 건 물론이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와 전문 연구가 진행됐다 하더라도 실제 사례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없다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낼 순 없다. 콜럼버스의 항해에서 불확실한 상황에서 뛰어든 선원들이 있었음을 떠올려 보자. 학교협동조합의 경우, 모든 것이 부족하고 하나씩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온갖 어려움을 이겨냈던 서울의 영림중, 경기도의 복정고를 포함한 6개 시범학교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기에 사례가 하나씩 만들어졌다. 협동조합 유치원 역시 화성 동탄과 서울 노원의 새로운 시도에 결합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지치지 않고 여러 문제를 해결해가며 안정적 사례를 만들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협동조합은 교육부나 교육청이 시킨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당사자 스스로 공동 필요로부터 시작되는 자발적 결사체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협동조합 학교 ‘발레까스’ 수업 모습. GSD누리집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협동조합 학교 ‘발레까스’ 수업 모습. GSD누리집
마지막으로 이러한 당사자들이 지치지 않도록 세심한 자원 결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오랜 항해 동안에 선원들의 생존을 보장해줄 요리사가 필요하듯이 생소한 협동조합 모델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지원조직이 필요하다. 학교협동조합의 경우에도 영림중과 복정고의 초기 성공에는 학교가 위치한 구로와 성남의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지역 생협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올해부터는 교육부에서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학교협동조합 중앙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지원체계를 마련해가고 있다. 예정보다 빨리 태어난 미숙아에게 인큐베이터가 필요하듯이 아직 우리 사회에 안착하지 않은 협동조합 유치원이 자리 잡을 때까지는 지자체, 교육청의 행정기관뿐만 아니라 중간지원조직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다행히 현재 당사자들이 팔을 걷어붙인 화성과 노원은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곳이다.

 

이처럼 협동조합 유치원이라는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선도적 전파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용기 있는 당사자, 세심한 지원조직 등 4가지 그룹의 적극적인 결합이 필요하다.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자,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한 위험하면서도 필요한 여정의 시작이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유치원을 시작으로 협동조합으로 세워지고 운영되는 새로운 민주적 학교 모델이 생겨나리라 기대해본다.

 

주수원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정책위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