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5 오마이뉴스] "장애인은 어떡하죠?" 대구 엄마들을 움직인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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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05-14 15:13 조회799회 댓글0건본문
대구 시지마을공동체의 마을공유공간 '톡톡'(아래 톡톡)은 대구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즉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기반으로 시작됐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씩씩한'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어린이집 근처에 모여 살기 시작한 사람들이 방과후 보육공간인 '해바라기방과후'를 만들고, 해바라기방과후를 졸업한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해 또 '청소년공유공간 꿈지락'을 만들었다. 톡톡은 그렇게 20년 넘는 긴 세월 동안 백 가구가 넘는 사람들이 한 마을에 살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공동체다.
지난 보름, 대구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도시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상상도 못했고, 대처 방법도 잘 알지 못하는 재난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 공포를 느끼지 않은 대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감염의 공포로 인해 동네 카페에서 수다 떨던 일상조차 불가능해졌지만, 조합 카톡방(메신저 단체대화방)이나 엄마들 카톡방 등을 통해 실시간 상황을 공유하고, 손소독제나 마스크, 반찬 같은 생활용품을 공동구매하면서 조금씩 두려움이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또 우리 동네에는 천을산이라든가 매호천이 있어 갑갑할 때는 그곳을 산책하며 바람을 쐴 수도 있었다. 이런 흉흉한 시기에 이웃과 자연으로부터 심리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대구에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면 그렇지 못한 분들께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카톡 하나에... 129명이 보내온 마음
▲ 회의 중인 대구 시지마을공동체 톡톡 | |
ⓒ 대구 시지마을공동체 톡톡 |
그러다 최근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낸 긴급성명을 봤다. 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내용이었다. 동네 엄마 몇몇이 카톡방에서 이 내용을 공유하다가 '대구지역 내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취지를 알리고 카톡방과 밴드 등을 통해 긴급 모금을 펼친 결과, 2월 29일부터 3월 1일 이틀 동안 마을 주민 및 소식을 전해 들은 지인 등 총 129명이 396만5000원을 후원했다.
우리는 먼저 '장애인지역공동체'에 후원 물품을 보내기로 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장애인 활동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실제로 생활을 도와주던 활동지원사가 확진 판정을 받거나 자가격리되면서 혼자 생활하는 장애인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2월 25일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유지를 위한 개별지침'을 통보했지만, 자가격리 상태에서 지내야 하는 장애인에게 쌀 등의 긴급지원물품은 적절한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톡톡'은 지난 2일 자가격리 중인 15명의 장애인과 관련 종사자들이 있는 장애인지원공동체에 150만 원 상당의 컵밥과 라면을 긴급구호물품으로 지원했다.
▲ 장애인지원공동체에 후원하기 위한 물품 구입 중 | |
ⓒ 대구 시지마을공동체 톡톡 |
▲ 장애인지원공동체에 후원한 물품 | |
ⓒ 대구 시지마을공 |
대구쪽방상담소에도 150만 원을 전달했다. 이들은 매주 1회 750명의 쪽방 거주민들을 위해 밑반찬과 쌀, 라면, 손 소독제, 마스크 등의 꾸러미를 배달하고 있는데, 물품 후원은 들어오고 있지만 물품을 담을 용기 등 재료 구입비가 부족하다고 한다. 나머지 금액 약 97만 원은 청소년쉼터협회에 지원했다.
앞으로 톡톡은 물품이나 후원금 지원뿐만 아니라 일손이 부족한 단체가 지원을 요청하면 일손을 거드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취약계층의 위기를 돕는 데 적극 함께하기로 했다.
대구는 흉흉하지 않아요
▲ 후원 물품을 실은 트럭 | |
ⓒ 대구 시지마을공동체 톡톡 |
지역 주민들은 SNS를 통해 후원 참여 이유를 각자 남겼다.
"사회 전체가 비상이면 우리 가족의 안위는 의미가 없다는 걸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깨닫게 됐습니다. 함께 건강하고 안전했으면 합니다. 아이들과 기쁘게 동참합니다."
"갑갑한 상황에서 이런 일을 도모할 수 있다니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합니다."
"이러한 위기에 따듯한 손길을 내미는 이웃이 계시니 감사합니다."
"사회적 취약계층은 정말 더 큰일이겠다 싶었습니다. 이렇게 작게나마 도울 수 있는 창구를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원자 중에는 지인으로부터 소식을 듣고 멀리 호주에서 후원금을 보내준 사람도 있다. 서울 어느 교회 공동체 사람들은 후원금을 보내며 "힘내세요, 대구분들"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 가족이면서 부부 따로, 아이 따로 후원에 참여한 가구도 많았고, 톡톡 SNS에 가입한 지 며칠 만에 기꺼이 후원금을 낸 사람들도 있었다. 짧은 시간에 모인 금액이 감동스러울 만큼 컸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을 이해해준 주민들 덕분에, 코로나19의 불안 속에서도 우리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길거리 모든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모습을 태어나 처음으로 보고 있다. 초반에는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졌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연일 늘어나는 확진자 숫자를 보며 마음이 흉흉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했다. 우리는 모두 어떻게든 마음을 나눌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덕분에 우리의 마음은 더욱 훈훈해졌다.
▲ 대구 시지마을공동체 톡톡의 사람들(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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