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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7 연합뉴스] 엄마·아빠들이 만든 유치원은 다를까?…'공동육아협동조합'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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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1-04-07 17:20 조회1,1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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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링크 https://www.yna.co.kr/view/AKR20210326117500061?input=1195m

연합뉴스-이영주 기자

 

|사립 비리사태 계기로 첫 출범한 '아이가 행복한 유치원'

|회계·운영 투명 공개"학부모·원아·교직원 모두 만족

 

(화성=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내 자녀가 안전한 환경에서 재밌게 놀고, 건강한 식자재로 만든 급식을 맛있게 먹고, 즐겁게 배운다면 학부모로서 더 바랄 게 있을까.

 

여기에다 이 모든 것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경기도 화성 동탄목동이음터 1층에 있는 '아이가 행복한' 유치원은 바로 이런 학부모들의 바람으로 만들어진 교육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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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목동이음터센터 1층에 있는 '아이가 행복한' 유치원. [촬영 이영주]

 

올해로 2년 차에 접어든 이 유치원은 2018년 사립유치원 회계비리 사태를 겪은 학부모들이 두 팔 걷어붙여 만든 전국 첫 협동조합 유치원이다.

 

4개 반에 원아 70명 규모의 이 유치원은 '공동육아'를 표방한다.

 

모든 학부모가 조합원으로 가입해 경영, 회계, 교육, 급식 등 유치원 운영과 관리 전 과정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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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목동이음터센터 1층에 있는 '아이가 행복한' 유치원 내부. [촬영 이영주]

 

한뜻으로 의기투합했지만, 유치원 운영에 아무런 경험이 없던 학부모들이 조합을 출범하는 것부터 유치원 공간 확보, 내부 공사, 교직원 선발 등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설립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와 교사가 조합을 탈퇴하기도 했고, '경험도 없는 아마추어가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따가운 눈초리도 견뎌야 했다.

 

이런 힘든 과정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엄마, 아빠가 정성껏 일군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아이답게' 자라줬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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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목동이음터센터 1층에 있는 '아이가 행복한' 유치원 내부. [촬영 이영주]

 

지난 25일 오후 유치원에서 만난 최미순(46)씨는 "아들이 5살일 때 다른 기관에 보냈다가 적응하는 걸 힘들어해 작년 6살 때 이곳으로 옮겼다""소심하고 자존감이 낮았던 아이가 여기 와서는 '동생들을 내가 챙겨야 한다'며 책임감도 커지고 활발해졌다. 전혀 다른 아이가 됐다"고 했다.

 

작년까지 대형 사립유치원 교사로 근무했다는 경력 7년 차인 김모 담임교사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느낀 건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다르다는 것이었다""아이들이 교사 눈치를 보지 않고 자발적으로 놀이를 하며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등 뭘 해도 즐겁게 배우고 경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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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목동이음터센터 1층에 있는 '아이가 행복한유치원 내부. [촬영 이영주] 

 

교육 목표는 조합원인 학부모들이 직접 정했다.

 

아이들에게 한글, 숫자, 영어 등 학습을 강요 또는 주입하기보단 제 나이에 맞는 놀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적기 교육'을 철학으로 삼았다.

 

서로 존대하지 않는 것도 이 유치원의 특징이었다.

 

학부모이기도 한 김정현 이사장은 "모든 교직원, 학부모들은 각자 서로의 별명을 부르며 편하게 말한다""아이들에게도 존대를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서로 존중하는 법을 익히도록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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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목동이음터센터 1층에 위치한 '아이가 행복한' 유치원 내부. 현관에서 들어오면 아이들을 맞이하는 놀이마당.

이 공간은 주말에도 원아들에게 개방된다. [촬영 이영주]

 

교사들도 유치원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있었다. 

 

정교사들도 조합원이다 보니,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는 '교육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가 아닌 서로 동등한 동료였다.

 

급별로 보조교사를 둬 교사 1인당 학생 수도 나이와 상관없이 10명 안팎(공사립 7세 기준 26)으로 유지하고 있다.

 

교사들의 연구 시간과 연차 보장을 위해 부모들이 돌아가며 '1일 교사'를 맡는다. 그날 하루는 온전히 부모들이 교사 역할을 한다.

 

청소나 정리도 너나 할 것 없이 조합원 모두의 몫이다.

 

권미영(28) 담임교사는 "학부모들과 '날적이(소통 수첩)'를 매일 주고받으며 아이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반 모임을 통해 교육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게 좋다""힘들기도 하지만 교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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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목동이음터센터 1층에 위치한 '아이가 행복한' 유치원의 급식실은 유치원 복도 한가운데 자리했다.

통유리 안의 모습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촬영 이영주]

 

모든 식자재를 친환경 유기식품만을 취급하는 협동조합(자연드림)에서 조달해 먹거리 안전에도 신경 썼다. 공사립 유치원들은 아직 친환경 식자재 사용이 의무화되지 않았다.

 

급식 단가도 1인당 4500원으로 공립 단설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3500(규모 100명 이하 기준)30%가량 웃돈다.

 

유치원 한가운데에 있는 조리실엔 통유리가 설치돼 있어, 작업 모습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스스로 떠먹는 자율배식도 유치원의 특색 중 하나다.

 

이에 비해 교육비는 1인당 월 27만원(입비 연령별 30100만원과 퇴소 시 환급하는 출자금 400만원은 별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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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한 유치원은 1년에 한 번씩 정기총회를 열고 조합원들에게 예결산 등 재정 상태를 비롯한 운영 전반에 걸친 내역을 상세하게 공개한다

모든 학부모 조합원들은 각 소위원회에 소속돼 조합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촬영 이영주]

  

김 이사장은 "학부모들이 머리를 맞대 우리가 원하는 환경을 조성해 운영해봤는데 큰 문제 없이 잘 굴러가는 것을 보고 '아마추어인 부모도 할 수 있구나' 깨달았다""한편으로는 일부 사립유치원의 회계 비리에 더 화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협동조합 유치원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공동육아'를 원하는 학부모들이 있다면 정부가 이를 지원해 점차 확대해나갈 필요는 있다고 본다""현행법상 '사립유치원'으로 분리된 협동조합유치원의 법적 지위를 별도로 보장해주는 등 법률과 제도 정비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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