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4 뉴스포스트] [기획-공동육아] “엄마 내일 늦게오세요”...마스크 쓰고도 신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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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11-07 14:42 조회843회 댓글0건본문
* 원문링크 : http://www.news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80273
- 매일 진행되는 나들이 활동, 생명체 대한 소중함 배워
-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계획 통해 자연서 다양한 놀이
- 교사와의 수평적 관계 속 서로 배려하는 유대감 생겨
‘육아’에 정답은 없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가장 큰 과제인 만큼 지금도 부모는 책, TV, 인터넷 등에서 그 답을 찾아가고 있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정 보육 시간이 증가하며 육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아이와 어떤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사회성에는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교차한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이웃과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공동육아(품앗이육아)’가 떠오르고 있다. 과거 집집마다 대문을 열어놓고 아이를 키우던 시절을 지나, 2020년 다른 가족과 함께 키우는 ‘공동육아’는 어떤 모습일까. 뉴스포스트는 기획 3부작을 통해 공동육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공동육아어린이집의 하루 일과는 기존 어린이집과는 사뭇 다르다.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에 따르면 공동육아어린이집은 살면서 배우고 놀면서 자랄 수 있도록 삶의 필요한 기술과 감각들을 인위적인 학습보다 자발적인 놀이와 생활교육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의 ‘하루흐름’은 ▲등원 ▲오전간식 ▲아침모둠 ▲나들이 ▲점심식사 ▲낮잠 ▲오후간식 ▲자유놀이 ▲하원 순으로 이어진다. 활동이 짜여져 있는 기존 어린이집과는 다르게 아이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소활동이 진행된다.
이 중 공동육아어린이집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나들이’ 활동이다. 나들이는 오전 일과 절반을 차지하는데 기존 어린이집의 바깥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의 나들이는 기본 1시간 이상 야외에서 진행된다.
나들이는 미세먼지, 폭염, 폭우, 폭설 등 야외활동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일 진행된다. 나들이는 ▲어린이집 주변의 산, 공원, 놀이터 등으로 가는 자연친화 나들이 ▲박물관, 미술관, 유적지를 가는 문화 나들이 ▲주변 학교, 우체국, 재래시장, 병원, 관공서 등을 찾아가는 지역사회 탐색 나들이 등으로 구분된다. 같은 장소를 1년 동안 계속 방문하면서 아이들은 계절감을 느끼고,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아파트 빽빽한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하는 하루 일과를 보낼 수 있을까. 뉴스포스트는 지난 20일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파란하늘 어린이집’을 방문해 아이들의 나들이 활동을 함께했다. 방역수칙은 준수했으며 아이들의 터전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야외활동만 관찰했다.
# 뛰어놀며 성장하는 아이들
“자 오늘 함께할 딸기래. 인사할까?” “딸기 안녕~”
에스더(파란하늘어린이집 원장)의 한마디에 2열 종대로 짝지어 서있던 아이들이 기자에게 인사를 건넨다. 당연히 “안녕하세요~”가 나올 줄 알았지만 고사리 손을 양쪽으로 흔들며 아이들은 “안녕~”하고 반긴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은 어른과 아이 모두 평어를 사용한다. 그러기에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란 호칭은 불편함을 줄 수 있어 교사들 모두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이날 기자는 일일 ‘딸기’가 됐다. 어디선거 들려왔던 “딸기...이상해...”라는 아이의 속삭임에 그냥 못들은 척 손을 흔들었다.
이날 방문한 파란하늘어린이집은 2001년 8월 송파지역 공동육아에 뜻을 모은 부모들이 마음을 모아 준비모임을 결성, 2002년 5월 개원했다. 2020년 1월 현재 4세부터 7세까지 아이들 31명이 교사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날 나들이는 4~6세 살구·자두·달콤방 아이들이 함께 나갔다. 7세 새콤방 아이들은 터전에서 물놀이를 진행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는 ‘반’이라는 말 대신 ‘방’이라고 표현한다)
오늘의 나들이 목적지는 어린이집 근처에 위치한 마천공원. 교사 3명에 아이들 16명이 함께 했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터전을 빠져나와 아이들은 주택가 골목골목을 걸어간다. 선두에있는 교사와 아이들이 “꽃게~”라고 외치자 뒤에 있던 아이들이 함께 “꽃게~”라고 외치며 일사불란하게 옆 쪽으로 붙는다. 맨 뒤에서 쫒아가던 기자는 우왕좌왕하다 따라했다.
마천공원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익숙한 듯 모자와 어깨에 메고 있던 물병을 내려놓고 놀이터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복숭아(교사)가 긴 밧줄을 꺼내자 아이들은 모여들어 저마다 하고 싶은 놀이를 시작한다. 미끄럼틀, 그네 등을 타기도 하고 옆에 잔디가 깔린 족구장에서 공 차기를 한다. 교사가 건네준 밧줄로 기차놀이도 한다.
30도가 넘어가는 날씨에 마스크까지 써서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지만 쉬는 아이들이 없다.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은 이내 뒷쪽 언덕으로 올라가고 싶다고 한다. 토끼(교사)가 몇몇의 아이들과 함께 올라가자 나머지 아이들도 따라 나선다.
언덕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개미 구멍을 찾거나, 매미 껍질을 찾고, 신기한 열매와 꽃을 구경한다. “00 발견~” 하면 아이들은 소리나는 쪽으로 모여 구경한다.
한참 구경하고 있는데 6세 민준이(가명)가 정체불명의 열매를 쓱 내민다. 그러면서 “딸기, 이건 말밤이야. 먹을 수 없는 밤이야”라고 설명해준다. 주변을 살펴보니 아이들은 이내 그 열매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말밤으로 소꿉놀이도 하고, 멀리 던지기 놀이도 하며 스스로 놀이를 하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서도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화단 옆에 몸을 드러낸 지렁이를 보고 있었던 것. 5세 진우(가명)이 손으로 만지려고 하자 6세 지훈이가 “우리 체온이 높아서 만지면 지렁이가 놀래. 만지면 안돼”라고 한 소리 한다. 6세 하윤이는 자기가 먹는 물병을 가지고 와서 지렁이 위에 물을 부어주기도 했다.
기자가 보기에는 좀 멀리 가는 것 아닌가 싶어도 교사들은 절대 제지하지 않는다. 아이들 스스로 갈 수 있는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의 규칙을 잘 알고 있기 때문. 놀이 과정에서 갈등이 생겨도 교사가 다툼에 개입해 중재하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어떤 방식으로 표현을 해야 할지 도와준다.
파란하늘어린이집 대표교사(원장)인 에스더는 공동육아어린이집의 나들이 활동에 대해 ‘규칙과 자율’이 공존한다고 말한다. 타인의 시선에서는 방목하며 놀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들과 교사, 또래 간 지켜야 할 규칙 안에서 활동이 진행된다는 것.
또한 나들이를 통해 충분한 놀이를 하게되면서 어린이집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이 많이 쌓인다고 설명한다. 그는 “다른 기관에 있다가 우리 어린이집으로 온 아이가 있었어요. 4살이었는데. 처음에는 적응을 잘 못하다가 여름에는 물놀이, 겨울에는 눈썰매 이렇게 매번 진행하는 나들이 활동으로 아이가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나중에는 하원할 때 엄마한테 내일은 늦게오라고 할 정도로 원을 좋아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1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은 마천공원 전부를 누비고 다녔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땀나게 뛰어 놀고 눈을 맞추는 교사들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에스더는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교사와 아이들은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에요. 어른, 아이 할것없이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도 이곳에서 생활하다보면 서로를 배려하게 되고 고마워하게 되죠. 저도 아이들에게 위로를 하지만 반대로 아이들이 저를 위로해주기도 해요.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것. 특히 아이들에게서 그런 부분이 보일 때 참 보람을 느껴요”라고 설명했다.
교사에 의해 짜여진 활동이 아닌 날 것 그대로의 놀이를 보며 기자도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반면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뛰노는 아이들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매년 졸업생들이 방문해 재원생들, 교사들과 만나는 행사도 취소됐어요. 아마(아빠·엄마의 줄임말)활동도 줄어들고, 부모님들이 터전(어린이집)으로 들어오시지도 못해요. 끈끈한 유대감이 공동육아의 매력인데 그런 부분들이 다 진행되지 못해 너무 아쉬워요”라며 “이러한 상황에도 아이들이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라고 말했다.
자유로운 나들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놀이를 계획하고 실행했다. 그 과정에서 또래와 겪는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그저 해맑게 뛰어노는 것 같아도 아이들은 그 시간동안 한 뼘 더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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