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7 경향비즈] 저출산 시대, 두 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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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08-10 15:54 조회1,000회 댓글0건본문
세종시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4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반면 서울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두 도시의 출산율이 2배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6월 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태어나는 신생아 수는 27만 명, 합계출산율은 0.8명으로 예상된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사람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처음 1명대 밑으로 떨어진 후 지난해 0.92(잠정치)를 보이며 가파른 하락세에 있다. 통계청 인구동향과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도시국가에서 전쟁 등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때를 빼곤 0명대로 떨어진 것은 국가로서는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경제적 요인과 가치관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저출산을 고착화하고 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생명을 기르는 전반에 대해서 사람들이 낙관적 전망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20~30대 여성이 출산과 양육을 삶의 장애 요소로 느끼게 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단기적인 해결책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합계출산율은 2.1명이 되어야 현시점의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2002년 이후 줄곧 합계출산율 1.3 이하의 초저출산국으로 남아 있다.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 복지국가의 물적인 토대를 제공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실제 이런 추세라면 2017~2067년 생산연령 인구(15~64세)의 비율은 73.2%에서 45.4%로 30%포인트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13.8%에서 46.5%로 30%포인트가량 증가한다. 생산연령 인구 100명당 부양하는 인구는 2017년 37명에서 2067년 12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노후를 보장할 연금의 고갈도 예상된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복지의 원리>에서 “매년 약 3.5%씩 쉬지 않고 성장해 경제규모가 5.5배로 커지면 지금 수준에서 고령화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어 1%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현실을 감안하면 인구구조 변동에 따른 충격은 매우 클 것”이라고 밝혔다.
급격한 반등을 기대하지 못하더라도 연착륙은 시켜야 향후 인구수 감소로 받게 될 충격을 줄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세종 모델’을 주목할 만하다. 세종시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전년도(1.57명)에 비해 떨어지긴 했지만 1.47명(잠정치)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반면 서울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잠정치)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합계출산율 1.3명 이하 20년 가까이 지속
“세종에서 아이 셋은 다자녀로 치지 않아요.”
지난 6월 24일 세종시 어진동 연양유치원에서 만난 학부모 최숙희씨(36)는 “어쩌다 셋을 낳았느냐”고 묻는 기자에게 놀랄 일이 아니라는 듯 말했다. 올해 다섯 살이 된 셋째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 열 명 한 반이 모두 세 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였는데 그중 한 명은 형제가 여섯이었다고 전했다.
세종시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잘 갖춰진 보육 환경을 출산을 이끄는 일순위 요인으로 꼽았다. 최씨는 서울과 경남 진주, 경기 분당 등 남편의 발령지를 따라 여러 도시에서 살았지만, 세종시만큼 아이 키우기 좋은 곳은 없다고 말했다. 공립유치원의 비율이 100%에 가까워 교육비 부담이 거의 없는 반면 교육의 질이 높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현재 세종시의 공립유치원은 단설 39곳과 병설 18곳을 합해 57곳. 사립유치원은 세 곳에 불과하다. 일부 지역에서 경쟁이 있지만, 서울에 비하면 공립유치원에 보내기가 훨씬 수월하다.
한국의 국공립 보육시설 비율은 2018년 기준 14.2%로 프랑스(85%), 스웨덴(80%), 일본(47%)과 큰 차이를 보인다. 영유아 돌봄이 주로 민간과 가정 부문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질적 신뢰에 대한 문제가 여전하다. 신경아 교수는 “민간 어린이집의 수준을 높이고, 폐원하는 어린이집이 있을 때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과 보육의 질을 높여야 궁극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면서 “이동시간까지 포함해 부모의 근무시간과 아이의 보육시간을 일치시켜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 셋은 명함도 못 내밀어”
세종시는 처음부터 아이들의 교육과 안전을 고려해 설계된 계획도시로서의 장점도 크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기 좋은 공원과 놀이터가 많고, 대부분 새 아파트이다 보니 차가 지상으로 다니지 않아 안심하고 뛰놀 수 있다. 최씨는 “속도제한 단속이 정말 많아 초행길인 분들은 많이 걸린다. 여기 사는 저희도 가끔 단속카메라에 찍힐 정도”라고 말했다.
세종시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건 통계에도 잘 나와 있다. 세종시에서 영유아 자녀가 있는 가구 중 3자녀 이상 가구의 수는 2018년 기준 2209가구로 전체의 11.2%를 차지한다. 서울의 7.4%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셋 이상 다자녀 가구의 수가 많아 세종시는 올해 초등학교 우유 무상 급식 대상을 원래 계획했던 3자녀 이상에서 4자녀 이상으로 줄여야 했다.
이날 등원 길에 무작위로 만났던 여섯 명의 학부모들을 보면 세 자녀를 둔 학부모가 셋, 두 자녀인 학부모가 둘이었다. 아이 손을 잡고 출근길에 나선 아빠도 많이 보였다. 회사원 김무원씨(41)는 “세종에선 아이 셋은 명함도 못 내밀고, 네 명인 가정도 많다”고 말했다. 행정도시로서 세종시에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 등 직업이 안정된 사람이 많다는 점이 높은 출산율의 이유를 일부 설명할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시청과 중앙 행정기관에서 일하는 이들의 수는 2만 명 정도로 세종시 전체 경제활동인구 17만3000명의 11.5%에 불과하다.
풍족한 교육 인프라와 낮은 주거비용, 녹지가 많고 안전한 도시 환경이 주변 도시의 젊은 인구를 끌어모으고 있다. 세종에서 살며 차로 20분 거리인 충남 천안의 회사로 출근하는 이상훈씨(41)가 그런 부류에 속한다. 이씨는 “아이를 둔 입장에선 아무래도 국공립 유치원이 많다는 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며 “천안이나 대전, 청주 살던 분들도 이쪽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수미 세종시교육청 장학관(유초등교육과)은 “세종시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공립유치원 때문”이라면서 “비용을 들이지 않고 고품질의 유아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젊은 부모들이 이사를 많이 온다”고 말했다.
육아에 우호적인 도시 분위기를 장점으로 꼽는 사람도 많았다. 학부모 이선순씨(42)는 “아이들이 혼자 밖에 나가서 놀아도 같이 따라 나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면서 “다른 데선 유모차를 끌면 힘들 때가 많지만 여긴 전혀 장애가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 양경애씨도 “아이들이 워낙 많아서인지 노키즈존이 없다”면서 “눈치 보지 않고 아이와 함께 식당·카페 나들이를 하기 좋고, 젊은 엄마들의 모임이나 아이들의 또래 문화도 활성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양씨는 출산율을 높이려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전한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을 배려하는 문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씨는 “여자들은 아이를 낳은 후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보듬어줄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와 혼자가 아니라 언제든 아이를 함께 돌볼 수 있다는 공동체 분위기가 있다면 좀 더 용기 있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공립 숲유치원 ‘솔빛숲유치원’도 세종시 학부모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숲유치원에선 교실이 아니라 온종일 숲에서 논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보다 자유롭게 놀게 하고, 스스로 놀이에서 배우고, 발견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장난감을 쓰지 않고, 숲에서 놀이감을 찾고, 나뭇가지 등으로 장난감을 만든다.
여기서 만난 학부모 권은경씨(32)는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부모가 먼저 행복해야 아이를 낳고, 아이를 낳아도 그 아이가 행복하고, 그 아이가 또 옆의 아이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며 “경제적 부담 없이 아이를 충분히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전한 보육 환경, 공동육아가 도움
세종시 학부모들의 조언은 사실 서울에 더 절실하다. 맞벌이를 해야 주거비와 사립유치원, 학원 등 사교육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은 서울이 유독 심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어린이집에 손녀를 등원시키고 돌아가던 유모 할머니(62)는 “대학교에 다시 입학한 딸이 부탁해서 2년 반째 돌봐주고 있다”면서 “딸이 고생하는 걸 보니 굳이 애를 많이 낳아서 고생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할머니는 돌봄 도우미에 대해선 “그래도 내 자식은 내 손으로 키워야지 남의 손에 맡길 순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가 점점 어려워지지만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학부모들은 맞벌이 부부의 육아를 도울 수 있는 보육 프로그램의 확충과 함께 육아휴직·유연 근무제 등의 제도 확대를 원했다. 직장인 최제민씨(34)는 “예전보다 여건이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맞벌이 부부에겐 어려운 상황”이라며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벌이가 부족하고, 맞벌이를 하면 대부분 부모의 손을 빌리지 않고선 육아를 병행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성 지원도 좋지만 물리적인 여건, 특히 시간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며 “맞벌이 부부 입장에선 아이가 갑작스레 아플 때도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마루 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이 위탁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 구립 산마루어린이집 학부모들은 공동육아에 적극적이다. 부모들은 육아공동체를 꾸려 함께 소모임 활동을 하면서 교사의 요청이 있으면 아이들 놀잇감을 만들거나 아이들 일과시간에 책을 읽어주거나 손이 필요할 경우 부모들의 자원을 받아 교사를 지원한다. 학부모 모임과 교사회, 원장 셋이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평등하게 운영에 참여한다. 학부모 김민선씨(38)는 “아이들도 교사를 ‘자두야’, ‘바람아’ 이러면서 친구처럼 애칭으로 부른다”며 “교사들을 친구처럼 대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겠다며 먼저 깨울 정도로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민국씨(36)는 “공동육아로 같이 키우다 보니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저기서 둘째 소식이 들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태경 산마루어린이집 원장(49)은 “유치원은 4시까지 맡길 수 있는데 초등학교는 1시반이면 끝난다”며 “그 뒤에 돌봄의 공백이 생기고 결국 태권도 학원 차가 여기 저기 학원으로 실어다주는 방식으로 사교육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방과후 교실이나 마을 놀이터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더 촘촘히 연계가 되고, 도시 계획도 아이들 동선을 중심으로 꾸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규직 화이트칼라 중심의 지원 제도를 개선하는 등 노동환경을 개선하려는 변화가 없으면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단적으로 출산휴가·육아휴직급여는 여전히 고용보험가입자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스웨덴처럼 ‘부모보험’을 도입해 출산과 양육에 따른 사회적 위험과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양재진 교수는 “성별 불문하고 45세까지의 모든 근로자와 고용주는 부모 보험료를 납부하고, 부모보험기금에서 1년3개월의 출산·육아휴직 급여 외에도 자녀간호급여, 결혼축하금 등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양 교수는 상한액이 월 120만원에 불과한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을 60%로 대폭 올릴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없다는 비관적인 견해를 낳는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경쟁사회도 지양해야 한다. 출산을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하면서 한편으로 출산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에 속하는 민다빈씨(29)는 “아이를 위해서 우리 부부의 개인적인 생활이나 즐거움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며 “코로나19나 점점 나빠지는 자연환경을 생각하면 아이를 낳아도 좋은 미래를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민씨는 서울의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점에서 주거 안정만 되어도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은 더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30대 초반의 미혼 직장인인 황조은씨도 “아무래도 경제적인 이유 특히, 주거비 부담이 제일 클 것 같다”면서 “미혼모나 공부하는 남녀에게서 낳은 아이에 대한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출산만 하세요’, ‘몇명 낳으면 얼마준다’는 방식으론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을 돌릴 순 없다”고 말했다.
화이트칼라 중심의 지원 제도 개선을
한 시간은 기본으로 걸리는 출퇴근 시간도 줄여야 한다. 코로나19로 시차 출퇴근제가 확산되고 있지만 최근 SK텔레콤처럼 근무지를 분산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SK텔레콤은 본사가 아닌 집에서 10~20분 거리 사무실로 출근하는 ‘거점 오피스’를 지난 4월부터 종로, 서대문, 경기 판교와 분당 등 네 곳에 열었다. 연내에 선릉·교대역·공덕 등 6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 회사 한 직원은 “집에서 약 15분 거리인 판교에 거점 오피스가 생겨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하루 2시간 정도 줄었다”면서 “일하는 시간은 동일하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맞벌이라 둘째를 생각하기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둘째를 생각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정책도 이런 분위기에 맞춰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마련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중간에 바꿔 기존 출산장려정책을 청년과 여성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국가가 출산율이라는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국가나 사회에 대한 책임이라고 강요하면서 청년과 여성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올해 중 발표될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1~2025년 시행)은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해소, 주거와 일자리, 소득과 관련해 청년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인프라 구축이나 구조적인 문제 해결 대신 단기적인 수단과 비용 지원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전반적인 삶의 질을 강화하고 성평등 관점에서 여성 인권과 ‘재생산 건강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하게 임심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해야 이후 원하는 시점에 다시 임신을 계획하거나 출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낙태가 출산율을 떨어트린다며 억압적인 방식으로 통제한다면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젊은 여성들의 두려움을 강화시켜서 오히려 결혼과 출산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비혼 관계 등 가족을 다양하게 구성할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가 포함될지도 주목된다. 현재처럼 사회·경제적 여건 때문에 비혼 출산이 매우 어려운 여건에서 비혼의 증가는 출산율을 낮추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혼인 외 출산 자녀에 대한 지원 미비는 동거나 비혼 출산에 부정적인 시선을 강화한다. 아동수당도 최소한 사실혼을 인정받아야 지원된다.
양재진 교수는 “저출산 문제는 결혼 자체를 안 하거나 늦춰서 하는 데서 기인한다”면서 “청년들이 결혼을 위험으로 인식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사람들은 좀 더 다양한 형태의 결합을 원하지만 우린 주택 분양이나 공보육 혜택을 받으려고 해도 모든 것이 법정혼 중심으로만 짜여 있다”며 “동거 등 다양한 결합 형태에 법적으로 결혼한 사람과 동일한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생활 동반자법 등으로 혼인에만 묶이지 않는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보장해야 자유롭게 관계를 맺고 출산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 김영미 교수는 “혼인외 출산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동거나 비혼 출산에 부정적인 시선이 생기는 측면도 있다”면서 “결혼 가족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부모, 어떤 상황에서 태어났든 아이를 중심으로 충분한 보호와 양육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돌봄의 공백이 없도록 학교의 교육과 돌봄을 통합해 관리하고, 돌봄 교사에 대한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출산·육아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려면 가장 기본적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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