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5 키즈맘] [연필나무의 공동육아 이야기] 인상깊은 사전아마활동(=사전부모참관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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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02-04 18:06 조회890회 댓글0건본문
* 원문 링크 : https://kizmom.hankyung.com/news/view.html?aid=201912055259o
‘사전아마활동’이란 공동육아어린이집 등원 전에 오전 모둠 활동부터 나들이, 점심까지 아마(아빠엄마의 약자) 중 한 명이 관찰자 시점에서 참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사전아마활동에, 남편은 등원 첫날 아이와 함께하며 어린이집을 느껴보기로 하였다.
때는 2017년 2월 3일(금), 어린이집 문을 열자마자 미리 등원을 한 아이들이 나를 둘러쌌다.
와, 오늘 아마인가봐. 별명이 뭐야?
스스럼없이 처음보는 아마에게 다가오는 아이들이 오히려 내가 낯설었다.
"자, 아침 모둠합니다! 호두방으로 모여주세요!"
다같이 호두방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어제 있었던 일과 오늘 할 일에 대해서 나눈 뒤 교사가 나를 소개했고 나도 아이들에게 인사를 했다.
애들아, 나는 3월부터 등원할 워니의 엄마야.
만나서 반가워. 오늘 잘 지내보자~
어떤 하루가 펼쳐질 지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파이팅을 외쳤다. 아이들은 모둠이 끝나자 순서대로 방을 나가 간식을 먹고 손을 씻은 뒤 나들이를 갈 채비를 했다. 겨울 잠바며, 물통 주머니며, 장갑이며 어린이집을 나서기 전에 화장실을 줄 지어 다녀오는 것까지 아이들은 익숙한 듯 일정을 소화해나갔다. 교사들도 옷을 갈아입었는데 등산화에 등산복까지 전투적인 나들이 복장으로 짠! 나타나서 너무 놀랐다.
아이들은 둘씩 짝손을 하고 양재시민의 숲 근처 ‘문화예술공원’으로 나갔다. 가는 길에는 차도 있었고 횡단보도도 있었지만 차가 오면 ‘거미!’라고 외치며 서서 벽에 붙어 섰다. 아이들은 이미 많이 훈련된 듯 일사불란했고, 깜빡 잊은 친구를 챙겨주는 모습도 보였다.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 ⓒ 함께크는어린이집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은 얼어 있었고 아이들은 엉덩방아를 일부러 찧기도 했다, 또한 평지에 가까운 얼음길에서도 미끄럼을 타고 신나 했다. 교사는 일행보다 뒤에 오는 아이들을 챙기며 앞을 쫓아가되 자신의 속도로 갈 수 있게 조절해줬다. 아이들은 가는 내내 흩어지는 눈과 쌓여 있는 눈의 질감 차이를 느끼며, 미끄러운 얼음길과 낙엽으로 그렇지 않은 길 등을 몸으로 익혀가고 있었다.
드디어 문화예술공원에 도착! 교사들은 주의 사항을 일러주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뛰어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교사 한 분이 가져온 눈썰매를 끌고 언덕 위를 올라가 줄을 서서 차례로 눈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다. 저희들끼리 누가 먼저 왔다고 조율도 하고 형이랑 아우가 같이 타기도 하고 내려오면서 꺄르르- 즐거워했다.
그 때 나들이를 나오면서부터 계속 내 곁에 머무른 주아라는 아이가 나를 불러 자신의 놀이속으로 날 초대했다.
"우리는 배 타고 노 저어서 물고기 잡으러 가자! 잡은 물고기를 꼬챙이에 꽂아 구워 먹자! 물고기를 맛나게 먹으려면 소금을 골고루, 조금씩 잘 뿌려줘야 해. 솔솔~ 역시 모닥불에 구워 먹어야 제 맛이지!"
노 젓고 물고기 잡기 ⓒ 비단거북이
낙엽을 물고기 삼아, 나뭇가지를 꼬챙이 삼아 놀던 아이는 갑자기 땅에 앉아 날 올려다보더니 날 그려준다고 한다. 눈이 쌓인 땅에 낯선 아이가 그려준 내 얼굴이 남았다. 나와 관계없는 어떤 아이가 그려준 내 얼굴이 신기하고 그 아이가 고마웠다. “노는 것이 제일 좋아. 그 다음은 그림이야!” 라던 그 아이, 사전 아마 활동에서 내게 짜릿한 감동을 남겨준 멋진 아이다. 내 아이도 이곳에서 지내다 일곱 살이 되면 이 아이처럼 멋지고 감동을 주는 아이가 되겠지?
어린이집에 돌아온 나는 둘째를 낳고 운동을 제대로 안해서인지 다리가 휘청일 정도로 떨렸다. 아이들은 이런 나들이를 매일하고 있다니 존경스러웠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도착하자마자 옷가지를 정리하고 손을 씻고 곧장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점심 - 닭개장, 매실장아찌, 김치 ⓒ 함께크는어린이집
그날의 메뉴는 ‘닭개장, 매실장아찌, 김치’였다. 뻘건 닭개장을 보자마자 난 아이들이 먹을지 화들짝 놀랐지만, 아이들은 ‘폭풍 흡입’을 했다. 그리곤 이곳저곳에서 ‘한 그릇 더 주세요~’를 자연스럽게 외친다.
이날을 통해 나는 우리 아이가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보낼 모습을 더 직접적으로 예상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활기차고 씩씩한 아이들, 자유롭고 활짝 웃는 아이들, 멋진 상상력으로 자연놀이를 하고 있는 감동의 아이들, 무엇보다 참관을 하는 엄마의 나는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꿈에 그리던 어린이집이 이런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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