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동 ‘야호공동육아어린이집’
아이들도 선생님도 “노는게 제일 좋아”
지난해 보육과정평가인증 ‘A등급’
온 가족이 함께 성장하는 마을공동체
[고양신문] 올해는 어린이날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놀기는 아이들의 특권 중 하나다. 아무런 제약 없이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에 있는 야호공동육아어린이집(이하 야호)는 25년 동안 운영 중인 ‘놀기 전문’ 어린이집이다. 이곳에는 자연에서 매일 뛰노는 아이들과 보육을 위해 애쓰는 부모와 교사들이 행복한 하루하루를 만들어가고 있다.
야호는 작년 국가가 평가하는 보육과정 평가인증에서 'A'등급을 받았다. 부모의 보육 참여, 부모와 교사 간의 소통, 균형잡힌 보육 외에 ‘놀이’가 평가 항목의 주요 요소였다. 야호는 아이들의 놀이를 보장하는 곳이자, 놀이를 중심으로 관계 맺기를 가르치는 것이 일상이다. 부모들은 조합원이 되어 교사 채용부터 공동 육아와 관련된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 정교사 5명과 보조교사 2명이 4세부터 7세까지 아이들의 보육에 집중하는 시스템이다.
야호에서는 인지 교육이나 주입식 교육을 하지 않고 놀이로 모든 걸 배운다. 자연과 함께하고 자유를 누리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아이들은 인지 교육을 받지 않지만 놀이 속에서 필요한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기 때문에 상급학교에 진학하는데 문제가 없다.
홍보를 맡고 있는 김선옥 이사는 “아이들은 갈등하는 것, 화해하는 것, 기다리는 것, 조율하는 것, 양보하는 것, 타인의 감정을 살피는 것,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 것 등을 놀이를 통해서 체득한다. 놀이 안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기도 하고 경계를 만들기도 하면서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운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등원하면 무슨 놀이를 하고 싶은지 물어봐요. 텃밭에 나가서 놀고 싶은지, 마당 놀이를 하고 싶은지, 아니면 실내에서 놀고 싶은지. 그러면 아이들이 의견을 표현하죠.”
한소영 홍보위원은 “장난감이 거의 없어요. 아이들이 놀이의 주체가 되는 거죠. 특별한 놀잇감이 없는데도 아이들은 한 가지만으로도 한 시간 이상 놀기도 해요. 누가 함께하냐에 따라서 그 내용이 달라지죠. 놀이를 구성하고 경험을 하면서 모든 아이들이 변화한답니다. 모방하고 자기화시키는 힘을 기르는 거지요.”
야호의 또 다른 특징은 ‘평어’를 쓰는 문화다. 어른과 아이들은 서로 존대어를 쓰지 않는다. 어른들은 별명으로 불리면서 아이들과 수평관계를 형성하고,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현한다. 교사들 역시 가르쳐주는 존재가 아니라 어른 친구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밖에서 어른을 만나면 존대를 할 수 있도록 반드시 필요한 훈육은 한다. 상하관계가 아닌 존중하는 관계를 먼저 경험했기 때문에 타인도 존종하게 된다.
야호의 조합원들은 아이들을 다른 집에 맡기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마실’ 문화를 통해서 아이들은 다른 집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어른들도 다른 집 아이와 관계를 맺으며 시야가 확장되고 성장한다. “야호는 아이만 크는 곳이 아니라 어른도 크는 곳이다. 저희 가족 모두를 잘 키워주셔서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가족이 있었다고 한다.
김 이사는 “야호를 어린이집이 아니라 마을이라고 이야기해요. 일반적으로 아이들의 놀이와 어른의 삶은 구별되는데요. 이곳은 그러지 않거든요. 어렸을 때 일가친척이 모여서 놀았던 그 정서와 기억이 평생 가잖아요. 요즘의 소가족 개념으로는 그렇게 지내기가 힘들죠. 이곳은 아이들에게 그런 풍요로운 정서를 주고 관계 감수성을 키울 수 있어요. 4년 내내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니까 아이들이 자라면 큰 자산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졸업 후에도 계속 만나더라고요.”
야호 졸업생 부모들은 근처에 공동주택을 지어서 모여 살기도 한다. 행사나 모임도 공유한다. 당연히 힘든 일이 있고, 넘어지고 휘청거릴 때도 있지만 결국은 더 좋은 것을 향해서 나아가기 위해 애쓴다. 야호가 있는 성석동 진밭마을은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데 아이들 덕분에 마을에 생기가 돈다며 반기고 있다.
야호의 정원은 39명으로 일년에 한번 정시 모집을 원칙으로 한다. 현재 총 24개 조합원 가정의 아이들 25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선옥 이사는 “입학을 위해서는 공동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