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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1 중앙일보] 어린이집 운영, 부모도 기업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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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06-06-14 12:00 조회7,2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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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출산율1.08인구재앙막자] 어린이집 운영, 부모도 기업도 나섰다
* 출처 : 중앙일보 2006-06-01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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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용철] *** 부모 운영 공동 육아


직접 뽑은 교사와 교육내용 상의

"오늘 나들이는 어디로 갈까?"
돌고래(송은미 교사)의 말에'덩실반'(6세반)이 시끌시끌해졌다."큰 놀이터""작은 놀이터""뒷산"…. 돌고래가 슬쩍 끼어들었다. "어, 뒷산 어떨까?" 날씨와 활동 계획 등을 감안해 뒷산 갈 준비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아이들도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근우는 놀이터에 꼭 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뒷산에 가면 다리도 아프고 힘들어. 목이 마르면 물도 마실 수가 없잖아.""돌고래가 물을 싸 가잖아." 근우는 그래도 쉽게 물러설 태세가 아니다. 돌고래는 "그럼 너희가 결정해서 알려줘" 하곤 뒤로 물러나 앉았다. 의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10여분이 지났을까. 보리와 동윤이가 중재안을 내놓았다. "이러다간 노는 시간 다 가겠다. 오늘은 뒷산 가고 다음에 꼭 큰 놀이터 가자." 근우도 고집을 꺾었다. "그래, 오늘은 뒷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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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 부릉’
단독주택을 임대해 만든 서울 은평구 갈현동 ‘소리나는 어린이집’ 마당에서 자전거를 타며 노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다.


지난달 25일 서울 은평구 갈현동 '소리나는 어린이집'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됐다. 3~6세 4개 반에 22명이 다니는 이곳은 나들이 장소도, 놀이나 학습 내용도 보육교사가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교사를 '선생님'이 아닌'동그라미''돌고래'같은 별칭으로 부른다.

아이와 교사의 관계뿐 아니다. 어린이집 운영도 마찬가지다. 부모들이 출자해서 10년 전 단독주택을 임대해 어린이집으로 만들었다. 교사도 부모가 뽑는다. 교육 내용과 일정은 교사와 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정한다. 부모들은 1년에 네 번은 1일 교사가 돼 직접 아이들을 돌본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이런저런 모임을 갖는다. 부모들이 어린이집을 만들고 운영해가는 것이다.

그래서 '공동 육아 어린이집'이라고 부른다. 교사 교육 등은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에서 지원한다. 아이 셋을 모두 '소리나는 어린이집'에 보낸 이노원(42)씨는 "다른 곳은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부모와 아이가 차단되지만 이곳은 늘 열려있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일본인 수기하라 가오리(30)씨는 "밖에서 노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아이가 훨씬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유기농 재료만 써 먹을거리 걱정도 없다. 쓴맛이 나는 머위 나물이나 아이들이 직접 만든 쑥 개떡 등이 상에 오른다. 교사당 학생 수도 4명 정도로 일반 어린이집보다 적다.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문을 연다.

부담스러운 점도 있다. 부모 대부분이 맞벌이인데 시간을 내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보낸 지 넉 달 된 이지윤(33)씨도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이씨는"조합원들이 서로 도와주는데다 고민을 나눌 수 있어 오히려 힘이 된다"며"하나만 낳고 말 생각이었는데 공동육아를 하면서 둘째 계획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94년 서울 신촌에서 처음 시작됐다. 현재는 전국에 70곳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지역.연령별 편차가 있지만 서울의 경우 월 30만~50만원 정도 든다. 출자금과 가입비는 별도다. 정병호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은 "공동육아가 대안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했지만 보다 폭넓은 계층이 손쉽게 이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공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재정 튼튼 기업 육아

보육 걱정 없이 일하도록 도와

‘점심은 즐거워’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 2동 소재 삼성어린이집의 원아들이 지난달 24일 어린이집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조용철 기자 맞벌이를 하는 주부 이은미(33.경기도 의정부시)씨는 요즘 걱정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9월 집 근처에 생긴 삼성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 뒤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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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즐거워’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 2동 소재 삼성어린이집의 원아들이 지난달 24일 어린이집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조용철 기자


예전에 보내던 곳보다 시설도 좋고, 세 살, 다섯 살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 내용도 마음에 든다.

저소득층인 이씨는 정부와 삼성어린이집 두 곳으로부터 지원을 받기 때문에 돈도 거의 들지 않는다. 이씨는 "너무 바빠 아침밥을 제대로 못 먹이고 보낼 때가 많은데 어린이집에서 간식을 잘 챙겨주는 것도 고맙다"고 말했다.

기업이 산하 재단을 통하거나 조합을 만들어 건립한 어린이집이 인기다. 재정이 탄탄해 시설이 좋고, 보육 프로그램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삼성어린이집'과 '푸르니 어린이집'이 대표적이다.

◆ 삼성 어린이집=전국에 40개가 있다. 보육 아동수는 4700여명. 삼성복지재단이 설립했다. 보육료는 연령에 따라 월 21만~33만원이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나 저소득.장애인 가정 등에 우선 순위를 준다.

문에 손이 끼지 않도록 교실 문 일부를 고무로 만들 정도로 시설 하나하나에까지 세심한 배려를 했다. 의정부 어린이집은 17명의 보육교사.간호사.영양사가 만 1세부터 취학 전 아동 136명을 돌본다. 교사 한 명당 아이 8명꼴이다. 아이 1인당 면적은 3.7평으로 넓은 편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의정부 어린이집의 경우는 대기자만 450명에 달한다. 삼성복지재단 보육사업팀 현윤경 과장은 "아이에게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모에게는 아이 걱정 없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라며"설립비를 빼고 전국 어린이집 운영.시설 보수비로만 연간 100억원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 푸르니 어린이집=서울 서초동과 경기 분당 이매동, 일산 장항동 등 세 곳에 있다. 기업들이 연합해서 만든 보육시설이다. 지난 2003년 대교.하나은행.한국IBM 등이 '푸른보육경영'이란 조합을 만들었고, NHN.포스코 등이 합류했다. 해당 기업 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직장 어린이집이다.

일찍(오전 7시 30분) 문을 열고, 늦게(오후 10시)까지 아이를 돌봐 주는 것도 직장인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기저귀를 차야하는 생후 6개월부터 아이를 받아 주는 점도 흔치 않은 일이다. 취학 전까지 다닐 수 있으며 현재 세 곳에 400여명의 아이들이 있다.

부모가 내는 실제 보육비는 회사 지원, 아동 나이, 보육 시간 등에 따라 다양하다. 분당 푸르니어린이집에 세 살짜리 딸을 맡기는 NHN 이상용(34) 경영관리팀장은"보육비로 한 달에 40만원 넘게 내지만 돌봐주는 시간과 시설 등을 생각하면 비싸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말했다.

서문희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이 세운 일부 어린이집이 인기를 모으는 것은 보육 서비스의 질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연구원 장지연 연구위원은 "지역 단위의 공적 보육 인프라의 구축이 우선이고, 기업 보육 시설은 보조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보육시설 잘 고르려면

교사 몇 명인지 따져보고 시설.보육 계획 점검토록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을 고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번 정하고 나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혹시 아이에게 해가 될까 항의도 못하고 속만 끓이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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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 교사가 몇 명인지를 살펴보라고 권한다.

미국에서는 걸음마를 시작한 유아는 보육교사 1인당 유아 4명, 3~6세는 1대 8 정도를 유지하도록 권한다. 김현재 21세기 여성과 가족연구소장은 "나이가 어릴수록 한 사람에 의한 일관된 양육이 필요하다"며 "보육교사가 잘 바뀌지 않는 어린이집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변기와 세면대의 높이가 적당한지도 점검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문고리를 낮게 달았는지도 살펴보는 것이 좋다.

개인별 사물함이 있으면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고 관리하는 습관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유아들은 좋아하는 놀잇감은 비슷하고, 혼자서 반복적으로 가지고 놀기 때문에 인기있는 놀잇감을 여럿 준비해두는 곳이 더 좋다.

보육 계획서나 식단 등은 문서로 달라고 요구해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보육 계획이 구체적일수록 더 신뢰할만하다. 연령대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췄는지, 동적인 활동과 정적인 활동이 균형있게 배치됐는지 등도 챙겨봐야 한다.

부모의 방문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곳도 안 좋지만 사전 협의가 없었던 방문을 무차별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도 바람직하지 않다.

같은 보육 시설을 이용하는 다른 부모의 연락처를 알아두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주변 얘기에 혹해서 보육시설을 이리 저리 옮겨다니는 것도 금물이다. 손석환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보육 교사와 갈등이 있을 때는 엄마 마음보다는 아이가 교사를 좋아하는지부터 살펴보라"고 충고한다.


*** 사회가 육아 돕는 선진국

8살 될 때까지 휴직 480일…근무시간 조정하게 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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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선 여성이 직장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함께 돕는다. 육아가 여성만의 일이 아니라 남.여 모두의 일이고 사회적 활동인 셈이다.

스웨덴의 부부들은 아이가 태어나 8세가 될 때까지 480일의 육아 휴직을 보장받는다. 이 가운데 적어도 두 달은 아버지가 사용해야 한다. 여성들은 눈치보지 않고 휴직을 하고, 남성의 육아 휴가 사용률도 18%에 달한다. 한국은 전체 육아휴직 사용률이 26%에 불과하다. 스웨덴 정부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 남녀가 반씩 나눠서 휴가를 내면 급여의 90%(일반적인 경우는 80%)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3~5세 아동의 95%가 공공 보육의 혜택을 받고 있다.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육아 휴직이 가능하다. 또 휴직을 하더라도 그 전에 하던 일이나 그와 유사한 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것도 양육 부담을 크게 줄인다. 독일의 제약회사 바이엘은 전체 직원의 약 12%가 시간제 근무를 하거나 휴직 중이다. 시간제 근무를 위해 부서를 옮기는 것도 허용된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아예 총 근로 시간을 줄였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사는 남성의 평일 귀가시간은 오후 5시11분, 여성은 4시37분이다. 반면 우리와 근무 형태가 비슷한 일본 도쿄의 경우는 남성은 오후 8시49분, 여성은 6시52분이었다.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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