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3 매일신문] 대구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놀 수 있는 자유와 재미를 만끽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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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9-01-09 14:47 조회897회 댓글0건본문
https://news.imaeil.com/Life/2018101920024615638
“아이가 행복해야 엄마가 행복합니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공동육아어린이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95년 개원한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에 위치한 씩씩한어린이집은 공동육아나눔터라는 특별한 공간이다. 대구에서는 최초 공동육아 시설로 '너와 내가 어울려 함께 세상을 살아가기'를 지향하는 부모들이 모여 만든 대구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곳은 공동육아 교육과 운영체제에 동의한 부모들이 협동조합에 가입해야만이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1999년에는 방과후(8~13세) 공간을 개설했다. 현재 51가구가 조합원으로 있으며 씩씩한어린이집 36명, 해바라기 방과후 39명 등 총 75명의 아이가 이곳에 다니고 있다. 대구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김민 조합장은 "교육 철학에 합의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만든 공동체다"며 "'아이들은 놀면서 자라야 하고, 자연에서 커야한다'는 뜻을 가진 부모들이 모여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 사교육은 몰라도 자연은 안다
씩씩한어린이집은 이른 아침 오전 7시 반부터 문을 연다. 부모들은 출근길에 아이들을 맡기고 직장으로 향한다. 아쉬운 작별의 시간도 잠깐. 아이들은 비석치기, 모래놀이, 철봉, 긴줄넘기, 콩주머니 던지기 등을 하면서 노느라 정신이 없다. 자연을 벗삼아 노는 것이 대부분이다. 날이 춥거나 덥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바깥놀이를 즐긴다.
이곳은 오후 7시까지 운영되며 하루 일과는 나들이, 공동체 활동, 점심, 낮잠, 오후활동, 간식, 모둠활동, 자유놀이 및 하원 등으로 이뤄진다. 나들이 장소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주변 뒷산이나 강 등이며 아이들이 일상적인 움직임 속에서 신체적으로 균형 잡힌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군옥 대표교사는 "이곳만의 특별한 것이라면 아이들은 모두 자연 속에서 자란다는 것이다. 24 절기를 일상 속으로 가져와 자연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으로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 놀이와 자연을 벗삼아 놀면서 계절을 배운다. 아까시나무 줄기로 파마를 하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친구가 먼저 손가락을 튕겨 아까시나무 잎을 뜯는 게임도 한다. 아이들은 자연으로 떠나는 나들이, 생생한 체험을 통해 성장하고 있으며 어우러짐을 통해 크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재(6) 양은 "친구들과 노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 어린이집 오는 것이 즐겁다. 공부하란 소리도 안 듣고 안 가고 싶으면 안 가도 된다.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 하루종일 놀다보니 노는 것은 자신있다"고 했다. 하나윤(7) 양도 "하루종일 친구와 장난치며 놀다 집으로 간다. 하지만 친구가 정리정돈을 하면 가서 도와준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교사와 학부모를 이름 대신 서로 별칭을 부른다. 새싹, 비빔밥, 올챙이, 개구리 등 아이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별칭을 부르면 교사와 아이, 부모 사이에 격이 없어지고 나이나 성별의 벽도 쉽게 무너진다. 초교 3학년(9), 1학년(7), 유치원(5)생 등 세 자녀를 모두 이곳에 보내고 있다는 너구리 별명의 권정인(37) 씨는 "아이들이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교육에 만족한다. 아이들도 집에서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만족하는 것 같다"면서 "자전거를 타거나 축구, 등산, 캠핑 등으로 소통하는 학부모 소모임이 활발해 아이 문제에 대해 의견도 나누며 지낸다"고 말했다. 귀가가 늦은 맞벌이 부부를 대신해 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 가 함께 있다 보내는 학부모도 있다고 했다.
명동으로 불리는 김주완(39) 씨는 "어린이집을 여덟 번 옮겼는데 이곳이 제일 좋다. 만족한다. 특히 부모가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이 많아 좋다. 그리고 아이들이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너무 좋다"며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쓰기를 덜 배워서 들어갔는데도 가서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꽃다발 별명의 이효진(37) 씨도 "맞벌이 부부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 부족했는데 이곳은 바깥활동이 많아 너무 좋다. 특히 휴대폰 없이도 즐겁게 잘 노는 것에 만족한다"며 "공부에 대해서는 걱정 되는 게 사실이지만 첫째가 학교에 들어가 알아서 잘 적응해가는 것을 보면 괜찮을 것 같다. 아이가 행복한 모습을 보니 저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특히 육아에 대해 아빠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 좋다고 했다. "아빠들끼리 자전거도 타고 축구도 하고, 또 가족들끼리 캠핑도 하면서 함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 교육은 교사가, 운영은 조합원 모두가
이곳은 교육은 교사, 어린이집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은 부모 조합원이 책임진다. 김 조합장은 "흔히 공동육아하면 부모들이 돌아가며 품앗이하듯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알지만 이곳의 교육은 교사가, 어린이집 운영은 부모 조합원들이 책임지는 진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의 급여와 급식비, 그리고 조합차원에서 치러지는 각종 행사비는 조합비로 충당한다.
학부모들은 재정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매일 청소를 해주고 가끔 일일교사로 나선다. 아이들이 먹을 김치도 부모들이 담가준다. 시설관리는 아빠들 몫이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부모들의 재능기부 덕이다. 김 대표교사는 "어린이집 운영 전반을 부모님들이 해결해주기 때문에 오롯이 교육에만 신경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운영 전반과 사업은 총회에서 다룬다. 그리고 치열하게 토론한다. 김 조합장은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우린 얘기가 안 되면 다 같이 모인다. 그리고 해결방법을 찾을 때까지 토론한다.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는 조합원도 있지만 수긍한다. 그러나 뒤풀이에서 푼다"고 말했다.
CCVT가 없는 것에 대해 김 조합장은 "모두가 같이 돌보는데 우리 눈이 바로 CCTV"라며 받아넘긴다. "감시하는 거잖아요. 인간적이지 못합니다. 선생님들을 믿고 맡기는 곳인데 그러면 관계가 깨지고 맙니다. 증거를 잡겠다는 건데 전제가 잘못된 거죠. " 이에 대해 권정인 씨는 "교사와 부모가 서로 신뢰한다는 뜻이고, 총회에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믿고 맡긴다"고 했다.
◆김민 조합장 "아이를 보내려면 조합에 가입해야"
김민 조합장은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은 부모와 교사, 주민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곳이라고 했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다. 교육의 주체는 교사, 운영의 주체는 부모이다.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이다 보니 운영 자체도 투명하다"고 했다.
김 조합장은 이곳에 아이를 보내려면 조합에 가입해야 한다고 했다. "협동조합이다 보니 부모가 먼저 조합원이 돼야 한다. 그래서 원아모집이라 하지 않고 조합원 모집이라고 공고한다. 그리고 공동육아 교육과 운영체제에 동의해야 하고. 권리와 의무를 받아들인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조합장은 CCTV는 교육당국이 설치하라고 했지만 전 부모 동의 하에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조합장은 끝으로 대안중학교 설립을 바랐다. "대구에는 아직 대안중학교가 없다. 대안중학교에 대해 관심이 있고, 보내고 싶어하는 조합원이 많다. 당국이 관심을 갖고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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