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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5 국민일보] [훈육과 학대의 갈림길] 아이·교사·부모 ‘동등 인격체’… 공동육아 방식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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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9-01-09 13:30 조회8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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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49126&code=11131300&cp=nv

 


부모·자녀 간 소통 통해 학대 유발 요인 사전에 예방
학부모 “아이와 수평적 관계 별칭·예사말 사용 큰 도움”
전문가들 “자녀 소유물 취급 문화 탓에 학대 안 줄어들어”


“부엉이, 옛날이야기 해줘.” “이슬, 나 안 자고 여기 가만히 앉아 있을게.”

어린이집 아이들은 교사를 선생님으로 부르지 않는다. 부엉이 이슬 밝은해 푸른들 같은 별칭으로 부르고 존댓말 대신 예사말(반말)을 쓴다. 학부모도 예외가 아니다. ‘○○엄마’ ‘○○아빠’가 아니라 꼬마 딸기 도토리 폴짝이라 부른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전국 79개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선 어른과 아이, 부모·교사와 자녀라는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자는 교육철학에 따라 이렇게 호칭을 정했다. 이들은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도 별칭으로 소개되길 원했다.

지난달 26일과 지난 2일 공동육아협동조합에 속한 서울 서대문구 콩세알어린이집과 마포구 참나무어린이집을 각각 방문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은 부모가 조합원이 돼 어린이집에 출자금을 대고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는 것은 공동육아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참나무어린이집의 학부모이자 홍보분과장인 시냇물은 “공동육아의 핵심은 부모와 교사, 아이가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희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콩세알어린이집에 들어서면 작은 정사각형 목판에 새겨진 ‘함께 크는 아이, 더불어 성장하는 어른’이라는 원훈이 눈에 들어온다.

2층 거실에는 ‘방모임’을 하러 모인 학부모 6명이 노란 타원형 탁자를 펼치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방모임은 부모와 교사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자녀들의 어린이집 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5세 여아 3명과 3세 남아 1명도 함께였지만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자유롭게 거실을 돌아다니며 자기 부모가 아닌 학부모 품에 안기곤 했다. 성산동 참나무어린이집의 학부모 꼬마(34)는 “공동육아에 참여한 후 아이와 수평적 관계를 맺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별칭과 예사말을 사용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방모임 중에도 이런 모습이 보였다. 학부모 민들레(40)는 “아이들 중 현아(가명)가 나한테 ‘비오니까 옷 따뜻하게 입고 가’라고 하더라. 현아가 마음이 깊다”며 칭찬했다. 참나무어린이집 교사 부엉이는 “한 아이가 ‘이 흙을 다 파면 공룡이 나와’ 같은 말을 하며 땅파기만 30분을 했는데 내버려뒀다”며 “부모들에게 아이가 하는 놀이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콩세알어린이집 교사 이슬(43)도 “훈육할 때 화를 내는 대신 ‘속상해서 그랬구나’와 같이 공감해주는 표현을 먼저 하는 게 좋다”고 알려줬다.

아동학대 전문가들은 아동학대가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부모가 자녀를 소유물로 보는 문화를 꼽는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라고 잘못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가 때려서라도 바른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문화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못하면 학대를 용인하는 폭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모와 자녀 간 호칭과 말부터 수평적으로 쓰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양육 방식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공동육아는 부모학습의 장도 제공한다. 참나무어린이집의 방모임 도중에 학부모 홍아(41)가 “우리 지은(가명)이가 친구들과 관계에서 속상해하는 게 있나”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교사 부엉이는 “당시 지은이가 아파서 예민했는데 다른 아이들이 계속 놀자고 해서 힘들었던 것”이라며 “5살 아이들은 아직 높은 차원의 배려가 어렵다”고 조언했다. 다른 가정이 육아의 본보기가 될 때도 있다. 학부모 딸기(41)는 “방모임에서 부모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 하면 아이가 주체적으로 자랄 수 있는지 서로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 사람이 다 함께 소통하며 아이를 기르는 공동육아 방식 자체가 부모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육아 스트레스는 아이에게 우발적 화풀이를 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콩세알어린이집 학부모인 뿅뿅(33)은 “아이를 키우는 건 어마어마한 일인데, 부모 한두 사람에게 책임이 온전히 전가돼 힘들 때가 있다”며 “다른 부모들을 만나고 좋은 얘기를 많이 들으며 힘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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