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협동조합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데에는 숱한 시련과 선구적인 노력들이 바탕이 되었다. 협동조합과 사회연대경제가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국제적인 선진 이론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일구어온 역사를 제대로 성찰하고 그 속에서 교훈과 시사점을 얻어내는 일이 절실하다. 과거는 미래를 여는 창이다. 100년의 세월이 주는 지혜에 귀를 기울일 때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분단과 전쟁, 개발독재로 점철되어온 쓰라린 근현대 한국의 역사에서, 협동조합운동은 민족의 자주성 회복과 민주주의, 그리고 상생과 연대의 세상을 만들어온 주요한 동력이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소중한 협동조합운동의 경험은 안타깝게도 워낙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지역에서 명멸해왔기에 이를 온전히 정리하는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도 수많은 관련 자료들이 소실되고 있고, 참여자들이 한 분 한 분 세상을 등지고 있다. 그동안 망각해 온 협동조합 100년의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여러 협동조합 전문가 및 연구자들이 기획위원회를 구성하고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함께 두 권의 『한국 협동조합운동 100년사』편찬 작업을 진행하였다.
두 권으로 이루어진 『한국 협동조합운동 100년사』는 한반도에서 온갖 시련 속에 단련되어온 협동조합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권은 한국 협동조합운동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1919년부터 1970년대까지를 주로 다룬다. 3.1운동 이후 각성한 민중과 선구자들은 다양한 방면에서 협동조합운동을 전개했으나 일제 말기의 통제, 해방 후 분단과 좌우대립, 그리고 전쟁의 상처 속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렇지만 전후의 폐허 속에서 협동조합운동은 다시 부활했다. 2권에서는 1980년대 이후 최근까지 전개된 협동조합운동을 농업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노동자(직원)협동조합,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의료협동조합, 공동육아협동조합 등 각 부문별로 살펴본다. 이어서 한국 협동조합의 국제교류·연대 활동을 검토하고 마지막으로 한국협동조합 100년의 역사를 사회운동사의 맥락에서 총괄해보는 글로 마무리한다.
한국 협동조합운동은 긴 어둠의 터널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민중교육과 풀뿌리 자치를 일군 선각자들, 초기 신협운동의 선구자들, 유기농업과 농협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농민들, 생명운동과 협동운동의 결합을 일구어 낸 여러 분들의 노력들이 100년의 거름으로 켜켜이 쌓여 있다. 『한국 협동조합운동 100년사』는 한반도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데에 귀중한 참고자료가 되며, 협동조합의 한국적 모델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 세계 협동조합운동을 더욱 풍부히 하는 데에 기여하는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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