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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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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ew3421 (180.♡.211.63) 작성일05-10-08 06:56 조회1,1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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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행사를 기대하며 잠 못 이룬 전날 밤

이제 7일째다.
발은 붓고 관절에 무리가 온 것 같다.

걸으면서 수도 없이 기도해 왔다.
종교도 없고 신앙도 없으면서
하느님께, 부처님께, 신령님께 간절히
걸음걸음마다 기도해 본다.
이 땅에서 성실하게 열심히 살면서도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고......

땅에서 났으니 땅으로 돌아갈 때까지
땅처럼 거짓 없이
땅처럼 든든하게
땅처럼 푸근하고
끊임없이 변하면서도 변함없이 품어주고 싹터주고 키워주는 땅처럼...
그렇게 살게 해달라고......

나 혼자 잘 살자고 하는 일이 아닌데
지금은 나 혼자를 위해 나 혼자만 걷는다는 느낌은 무엇일까?
속 좁은 나의 자격지심일까?
끊어질 것 같은 허리의 고통보다도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공허하기만한 가슴이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 길을 걸어야 하는지?
내가 뭐 잘났다고 이 험한 길의 십자가를 나 혼자 메고 가야 하는지?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한다고 해서 농업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데......

1년을 먹고 살기 위해서는 각종 작물의 수확기인 10월을 잘 마무리 하여야 한다.
그만큼 10월은 농사꾼에게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이때를 잘 마무리 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기천만원의 수입이 늘 수도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10월에 내 땅을 두고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터벅터벅......
한국농업의 미래를 고민한다는 핑계로,
이번 1만인대회의 성공기원을 핑계로,
나는 지금 내 앞에 직면한 현실을 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붙잡고 싶다.
정말 지푸라기라도 희망이 될 수 있다면 붙잡고 매달리며 발버둥치고 싶다.
단 1%의 기대와 희망이 있다고만 한다면
내가 이 길에서 내 생을 마감한다 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라!

농업의 문제는 이제 농민이 해결할 방도가 없다.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면, 소비자와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희망도, 삶의 불씨도 남아 있지 않으리라.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더 이상 돈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내 삶의 지뢰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천국을 꿈꾸는 게 아니다.

이제는 정말 올인 해야 할지 모른다. 아니 올인 하고 싶다.나의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까지 걸어보리라!
걸을 수 없을 때까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그래서 농업의 문제가 비단 농민만의 문제가 아님을 인식시켜 줄 수만 있다면......

이렇게 하고도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없다면 나부터 내 땅을 떠나야 한다.
내가 잘 살 수 없는 땅에 누구에게 와서 잘 살라고 할 수 있겠나?
정말 농업에 희망이 없다면 다 함께 걷어치워야 한다.

수십 년을 한길을 보고 걸어와서도
그 결과가 모두에게 피해만 주고 엄혹한 결과만 낳을 것이라면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민으로 수십 년을 살아 온 나는 잘못 살아온 것이다.

내가 너무 극단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만큼 나는 지금 절박하다.
끊어질 것 같은 발목의 고통은 나하나 참으면 된다.

하지만 농업이 무너지면 너나 할 것 없는 모두의 고통이 될 것이다.

하늘이시여!
제발 제게 한 줄기 희망을 비춰 주소서!!!
--쌀순이와 함께 우리쌀지키기 위한
해남서 여의도까지 걷기일정중에 단장님의 일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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