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6 베이비뉴스 기고-아이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유보통합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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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2-10-06 09:45 조회407회 댓글0건본문
- 기고=남봉림
- 승인 2022.10.0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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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의 정신은 '내 아이'를 맡기거나 '남의 아이'를 보호해주는 것을 넘어서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우자는 데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공동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원장, 교사, 학부모가 직접 최근 보육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공동육아의 시선'이라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이 기획은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과 함께합니다. -편집자 주
교육과 보육의 질은 극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을까.
지난 30년간 보육계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민간시설의 영리화보다는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되었고 국가의 책임이 강화되었다.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평가제, 연장반 교사 지원, 지역별 급식지원센터 확충, 회계시스템 의무화, 부모 모니터링단 운영, 열린어린이집 도입 등을 통해 보육계는 질적 도약을 해왔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도약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모두 누리과정의 도입으로 인해 교사주도의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아이 중심, 놀이 중심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의 상태가 아주 이상적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나아지려는 노력이 있었고 그 결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유보통합의 진행은 더디기만 하고 매번 논의만하다 묻히기 일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간의 논쟁이 있었기에 많은 자료들이 모였고 이제는 유보통합 논의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현장에서의 노력만으로 변화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교사 대 아동 비율(학급당 아동 수), 교직원의 안정적인 노동구조,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물리적 재정적 지원, 그리고 지역별 폐원수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보육과 교육의 공백 등은 현장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시청과 교육청에서 우리가 하겠다고 나서지도 않는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개입이 필요하고 그 방법이 유보통합이라면 지금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일이다.
유보통합이란 새로운 보육-교육의 틀을 짜는 일이다. 새로운 틀의 기본 원칙은 아이들을 위한 구조여야 한다. 지금까지 해 오던 것들 중 좋았던 것들을 지키고 버려야 할 것들은 과감히 버리는 과정이어야 한다. 유보통합의 틀-아이들을 위한 구조-을 만들 때, 꼭 챙겼으면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현장 교사의 입장에서 해 보려고 한다.
◇ 보육교사가 제안하는 교육과 다양한 보육
간혹가다 이사라든지 개인의 사정으로 어린이집 옮기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찾아오는 부모들이 있다. ‘어린이집을 옮기면 아이가 힘들까요?’ 질문한다. 물론 아이는 힘들어한다. 어른들도 직장을 옮기게 되면 한동안 적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이후 어떻게든 적응해 가겠지만 안정적인 영유아기만을 고려한다면 기관을 옮기는 걸 추천하지는 않는다.
이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아이들에게는 영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생의 발달단계를 조망하는 주무부처가 필요하다. 영아기는 (가)라는 틀에서 지내고 유아기는 (B), 아동-청소년기는 (3)이라는 틀에서 지내게 된다면 매번 적응의 이슈로 아이는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영유아, 아동청소년기를 보내기를 바란다. 영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생의 발달단계를 조망하면서 아이들의 삶을 디자인하면 좋겠다. 그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전문 지식을 모아 주무부서에서 통합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길이 유보통합으로 인해 열리길 바란다.
이러한 바람을 바탕으로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유보통합의 과정 안에 아이들이 능동적인 학습 당사자로서의 입지가 확고해지길 바란다.
영아와 유아들은 모든 감각을 통해서 세상을 알아간다. 그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면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배우는 것에 매우 적극적이고 알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발전시켜 나가고 싶어하는 존재인 아이들과 교사는 배우고 가르치는 관계가 아닌 서로가 함께 배워나가고 성장해 가는 관계로 만나 서로를 지원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개정누리과정이 자유놀이에 방점을 찍으면서 보육교사와 유치원교사들은 기존에 경험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만나며 새로운 상상력과 지도력을 가지게 되었다.
어린이집에서 함께 하는 만 5세 아이의 장수말벌 탐구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장수말벌에 대한 궁금증으로 곤충도감을 정독하게 되고 장수말벌의 생태에 대해서 교사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쌓아갔다. 스스로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또 다른 곤충으로 관심이 확대되어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스스로 학습하는 아이의 대단한 성취가 느껴진다. ‘놀기만 하면 어떻게 하지?’의 우려가 아니라 ‘놀기만 해서 더 많이 자랐어!’의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자유놀이를 한다고 해서 인지적인 결함을 가져오거나 뒤처진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아이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 발달성, 다양성을 존중받을 때 자신의 모습으로 성장 할 수 있다. 교사는 고유성을 가진 아이들과 개별적으로 만나면서 전체적인 발달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며 그러한 노력은 영유아기를 거쳐 아동청소년기까지 이어져가야 한다. 만 5세의 교사가 만 3세를 만나는 것이 다르고 만 1세를 만나는 것이 다를 것이다. 또한 영유아기의 아이들을 만나는 것과 학령기의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일 것이다. 각 시기의 아이들은 서로 다른 발달의 특성을 갖지만 교사는 전체적인 발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삶을 조망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 때 아이는 더 안정적이고 즐거운 성장기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아동청소년기 아이들의 삶에도 놀권리가 보장이 되어서 학습이 의무가 된 노동이 아니라, 학습은 권리가 된 놀이가 되어 재미있고 즐거운 학습을 통해 행복한 성장기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둘째, 기관과 부모와의 파트너십 형성이 견고해지길 바란다.
각 보육-교육 기관에서는 부모 참여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부모와의 파트너십이 매주 중요한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부모는 아이를 기관에 맡기고 서비스를 받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아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두고 교사와 협력하여야 한다.
부모와 교사는 각자 고유 영역에서의 역할이 있다. 부모는 가정에서, 교사는 기관에서 아이와 가장 밀접하게 만나며 함께 생활한다. 부모와 교사의 소통이 원활할 때 아이는 정서적 안정감을 갖게 되며 이러한 안정감은 신체적, 인지적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도 가정과 기관의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침에 등원한 아이가 잠이 부족한지 아침을 먹었는지, 불편한 곳이 있는지 등을 기관에서 단번에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아이의 또래 관계라든가 기관에서의 생활도 가정에서 알기 쉽지 않다. 서로가 아이가 처한 환경에 대한 이해를 같이 하며 적절한 지원을 해 나갈 때 아이들의 심신이 더욱 안정될 수 있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러운’ 걸 알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들이 많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교사와 부모의 파트너십을 통하여 아이를 예쁘고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다양한 보육-교육의 형태를 고민하여 보육-교육의 사각지대를 점차 축소시켜가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가정에서만 오롯이 책임지고 있는 장애아를 위한 기관을 늘이는 일이나 시간 연장 보육 등을 통해서 다양한 부모의 요구가 보장되어 더욱 확장된 사회적 육아가 가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셋째, 현장이 행복한 교사
마지막으로 교사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경력이 많고 숙련된 교사가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구조는 쉽지 않다. 학교처럼 재정과 대체인력이 안정적이지 않고서는 민간이나 사립 구조에서 안정적인 노동구조를 가지기는 쉽지 않다. 낮은 출생률로 인해 교사들의 일자리는 불안해졌고 이러한 불안은 함께 하는 아이들의 삶에도 영향이 미친다. 안정적인 노동구조를 통해 교사도 아이도 나아가 부모의 삶도 안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좋은 교사의 자질은 학력만으로 갖추어지지 않는다. 현장에서의 세월이 녹아들어 점차로 좋은 교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학력으로만 인정되는 좋은 교사라는 자격 기준으로 능력있는 교사가 현장을 떠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유보통합에 있어서 학력으로만 기준을 갖지 말고 여러 방안을 마련하여 좋은 교사들이 현장에 머물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자질들을 차별과 차등 없이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조금 더 나아진 아이들의 삶을 향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각각의 위치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지내왔다.
교육청(유치원)은 교사 연수나 상담, 체험기구, 급간식 담당 기구 등의 좋은 모델 등은 갖고 있으며, 시청(어린이집)은 부모 참여나 아이들의 정서적 돌봄의 노하우, 투명한 회계 관리 시스템 등을 갖고 있다. 각자가 가진 좋은 것들이 적절히 합해진다면 아이들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아이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유보통합을 기대한다.
*이 글은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소속 해와달어린이집에서 13년째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는 남봉림 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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