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7-정책위 기고글 3. 공동육아에 닥친 위기..그걸 해결해 나가는 공동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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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2-06-17 13:00 조회441회 댓글0건본문
- 기고=장효연
- 승인 2022.06.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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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의 정신은 '내 아이'를 맡기거나 '남의 아이'를 보호해주는 것을 넘어서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우자는 데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공동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원장, 교사, 학부모가 직접 최근 보육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공동육아의 시선'이라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이 기획은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과 함께합니다. -편집자 주
스노우볼 이펙트(snowball effect)는 눈덩이 효과란 마케팅 용어 중 하나로 눈덩이를 굴리고 굴려서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어떤 작은 사건이나 현상이 출발점에서부터 점점 커지는 과정을 비유로 이르는 말이다.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긍정적인 눈덩이 효과도 있다. 작은 실천을 굴리고 굴려 큰 성과를 얻어내는 것. 미국의 유명 투자가 워렌 버핏은 주식 투자를 빗대어 말했지만 나는 공동체를 빗대어 보고 싶다. 공동체라니 어감도 어딘지 ‘공’ 같은 느낌!
2022년 4월 6일. 경기도 용인의 공동육아 어린이집 네 곳의 부모 조합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첫 만남은 용인 수지에 있는 느티나무 도서관에서였다. 느티나무 도서관의 곽선진 사무국장님은 평소 마을 공동체와 공동육아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계신 분으로, 이번에도 용인시의 시민협치 사업의 경험과 인연을 바탕으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조합의 당면 문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신봉동의 작은나무숲 어린이집, 동백의 숲이랑우리랑 어린이집, 지곡동의 깨끔발 어린이집, 고기동의 꿈나무놀이터 어린이집에서 각각 한두 명의 전현직 운영진이 자리에 모였다. 나는 작년 한 해 꿈나무놀이터 어린이집의 이사장으로 임기를 막 끝낸 참이었다. 1년 동안 운영진으로 고민과 감동, 불안과 희망이 공존하는 경험을 하면서, 어린이집의 미래에 대해 묵직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운영진이거나 이사장이라서라기보다는 나와 내 아이가 행복을 일구고 있는 이 공간이 오래 존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 함께 모여 앉은 이들 대부분이 같은 마음이었다. 내 공동체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그것은 우리 모두 각자의 공동체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 달라진 상황, 우리 앞에 놓인 위기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부모 조합원들이 운영의 주체가 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돈도 내며 일도 한다. 조합에 가입 할 때 출자금으로 어린이집 임대보증금을 나누어 내고, 매월 납부하는 조합비로 월세나 대출이자, 적은 교사 대 아동 비율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인건비, 바른 먹거리를 위한 추가 식비, 조합 행사를 위한 여분의 비용을 함께 나누어 낸다. 이러한 총 비용은 영어유치원보다는 적고 가정어린이집이나 국공립유치원에 비해서는 많은 정도로, 종종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고려하는 예비 조합원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공동육아 초기, 부모들이 조합을 만들고 어린이집을 세울 당시, 자연을 가까이에 두고 일상적 나들이를 즐기는 생활을 위해 개발이 되지 않은, 그래서 상대적으로 땅값이 낮은 곳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22년 현재, 많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부동산 시세의 변동으로 인한 위기를 맞닥뜨렸다.
물론 적절한 시기에 직접 건물을 짓거나 구입하여 조합 소유의 영구터전을 마련해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들도 있다. 대부분의 조합들은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비용부담을 감당하기는 해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안정을 되찾았다.
몇 몇의 조합은 지대(地代) 상승으로 인해 임대 재계약에 실패하거나 지역개발로 인해 어린이집 자체가 없어지기도 하고, 주변 나들이터가 공사판으로 변하는 등의 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동산 시세는 영구터전을 생각할 수 없을만큼 상승했다. 시세차익으로 인해 임대계약 연장은 쉽지 않았다.
그 날, 느티나무 도서관에는 달라진 상황 속에서 공간을 찾지 못한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있었다. 각 조합의 조금씩 다른 사정들이 있었지만 모두가 존속위기의 절박한 사정을 안고 낯선 테이블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 우리 안의 더 큰 공동체를 발견, 용공넷 발족
처음 우리는 각자의 어려움을 토로하기 바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는 시대 변화 앞에서 작기만 했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공통의 문제와 공통의 지역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슬슬, 눈덩이가 구르고 굴러 커지기 시작했다. 물론, 합치고 보니 문제도 더 커다래지긴 했다. 하지만 서로 손을 잡은 우리들의 덩치도 함께 커다래져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더 큰 공동체를 발견했다.
우리는 '용인시공동육아어린이집네트워크'(이하 용공넷)를 발족하고 시에 정책제안을 하기로 했다. 손을 잡은 우리들 중 누구도 정책 제안 같은 것을 해본 사람은 없었다. 교사, 회사원, 전직 영어강사인 전업주부들이었다. 하지만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마을돌봄공동체를 운영해 온 사람들이기도 했다. 나와 내 아이의 삶을 위해 나서서 더 나은 보육공간을 만드는 실천의 주체들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함께 힘을 모으고 관심을 기울여 꽤 멋진 일을 해내는 조합 생활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다양한 회의, 조합 행사 계획과 진행, 회계 관리는 물론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 조합원의 분쟁과 조정의 경험들은 우리 안에 고스란히 쌓여 있었다.
우리의 첫 만남으로부터 열흘이 채 안 되어, 정책 제안서가 만들어졌다.
도보 이용권의 3~5개 국공립, 민간, 가정어린이집을 엮어 하나의 공동체를 구성한다는, ‘서울형 공유어린이집(모아어린이집)’의 보육 공약 사업에서 힌트를 얻고 공동육아의 색깔을 더했고 ‘초등방과후돌봄’을 정책안에 넣었다. 각자가 키워온 공동체의 경험과 필요를 정책 제안서에 녹여 냈다. ‘열린어린이집’이나 ‘다함께어린이집’ 등 수도권의 부모참여 어린이집 모델의 내용도 자연스럽게 포함되었다. 서울형 공유어린이집이 국공립어린이집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국공립어린이집의 수가 부족한 용인에서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용인형 거점식 공유어린이집’은 공동육아가 가장 잘하는 일들을 지역사회 단위로 확장하는 모습이었다. 내 어린이집에 지자체의 지원을 막연히 요구하기보다 지역에 공헌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지원을 이끌어내거나 지역의 자원을 활용할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나아가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보육운동의 주체로서 지역의 돌봄문화를 혁신할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될수록 모여 앉은 우리들의 열정도 배가됐다.
2022년 4월 15일. 용인시청 시장실에서의 미팅이 성사됐다. 아쉽게도 현 시장의 임기 안에 실무단계로 진행하긴 어려울 것 같지만, 차후 시의회와 접촉해지자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낼 것이다.
일이 커지고 많아지는 것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각자의 생업과 육아를 짊어지고 있고, 각자 조합의 일들도 이미 보태져 있는데 과제가 더 늘어나는 것은 부담이 된다. 그러나 뜻이 맞는 사람들과 만나 얻는 새로운 힘이 있다. 지금껏 버텨 온 어려움을 공감받으며,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다보니 일은 느는데 점점 더 힘이 나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 지역 돌봄 주체로서의 목소리를 높이기
우리의 당면한 문제가 당장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용공넷'은 함께 하는 것만으로 시너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정책의 수혜자로서 대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 돌봄 주체이고, 유권자임과 동시에 정책의 능동적 제안자임을 지역 정치인에게 각인시킨 것은 '용공넷'의 중요한 성과이다.
시장실 미팅에서 ‘이렇게 적극적이고 지역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이 있는 줄 몰랐다’는 말을 듣고 피식 웃었더랬다. 이렇게 돌봄 자치를 실천하는 움직임에 대해 관에서 무지한 줄 몰랐다.
열심히 어린이집만 운영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조금 더 큰 범위의 연대와 활동을 통해 우리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지금 우리는 ‘사회적경제협력화사업’을 유치하여 연합단오제를 성대하게 치르고 지역 내의 다른 공동체들과 연대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연대를 통해 규모화의 이점을 취하고 정책에 목소리를 내는 것, 한 번 경험해 보니 변화를 맞이하는 그 날까지 여러 번도 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는 대안학교, 방과후, 마을돌봄공동체와 함께 공유공간을 꿈꾸며 공통의 문제해결을 고민하는 또 다른 자리를 발굴하고 있다. 새로운 모둠에서 또 어떤 생각지도 못한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동글동글 둥글둥글 공동공동한 우리들의 눈덩이는 아직도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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