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기고/ 2022.5.2.베이비뉴스.올해 어린이날에는 장난감을 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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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2-05-03 10:19 조회505회 댓글0건본문
- 기고=이지선
- 승인 2022.05.0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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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의 정신은 '내 아이'를 맡기거나 '남의 아이'를 보호해주는 것을 넘어서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우자는 데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공동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원장, 교사, 학부모가 직접 최근 보육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공동육아의 시선'이라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이 기획은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과 함께합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로 인해 두 번의 격리를 겪을 때 제일 먼저 샀던 것은 식료품이 아닌 장난감이었다. ’아이와 함께 1~2주 격리 해야한다는 것을 알자마자 ‘아이랑 어떻게 시간을 보내지’가 제일 고민이었고, 그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을 공격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변신자동차였는데 그 장난감은 오랜 시간 아이의 흥미를 끌 수 없다는 걸 그 동안의 경험으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같이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몇 개 구매했다. 주문한 택배는 늦지않게 집에 도착했고 그렇게 고른 4개의 보드게임은 며칠간 잘 갖고 놀았다.
변신자동차보다는 보드게임이 플라스틱을 덜 사용했다는 걸 위로삼아야했지만 1947년 처음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레고가 아직 썩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오르며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식품의약청의 연구 발표(2022.3.11.)에 따르면 한 사람이 매일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약 5g이라고 한다. 이 찜찜한 연구 발표에 더해 앞으로도 플라스틱 생산 및 사용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고 플라스틱은 전체 탄소배출량에 상당부분 기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장난감을 대하는 나의 마음은 더 불편해진다.
월드카운트(The World Counts)에 의하면 장난감 산업은 가장 플라스틱 집약적인 산업이며, 90% 이상의 장난감들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고, 결국 이 중 80% 이상의 장난감들은 쓰레기로 버려진다. 버려진 장난감들은 인화되는 중 독성물질들을 내뿜으며 이산화탄소 발생률을 높이고 땅에 묻거나 바다에 버려질 때도 지구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게 오염시킨다.
이는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미래 세대의 생존과 직결된 위기로 작용할 것이고 벌써부터 우린 그로 인한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 장난감 구입에 있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장난감은 육아를 수월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에도 필요하다. 따라서 장난감을 사지 않는다는 옵션을 제외하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일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장난감의 생산과 폐기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리사이클하거나 업사이클링을 통해 다시 사용할 수 있겠다. 구매한 장난감을 오랫동안 사용하기 위해서 구매시 수리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등을 살펴보고 장난감이 고장 났을 때 고쳐서 사용하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 장난감을 기부하는 것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장난감을 사기 전 비영리 공익법인, 국가 및 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장난감 도서관을 이용하여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도 탄소배출 감소를 경험해볼 수 있는 긍정적인 기회가 된다.
둘째, 장난감 구매 전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어떤 놀이를 하게 될 것인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즉흥적인 장난감 소비를 제어하여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지나치게 구조화된 장난감은 아이의 놀이를 오히려 제한한다. 나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아이가 사달라고 했던 장난감들은 주로 영상에서 봤던 로봇, 자동차, 캐릭터 장난감들이었고 오랫동안 졸라서 사준 고가의 장난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갖고 놀기보다는 방에 모셔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산 지 얼마 안 되어 흔쾌히 다른 아이나 동생들에게 줄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아이의 흥미가 지속되는 건 아마도 그 장난감을 사기 전까지가 아니었나 의심될 정도다. 물론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도 하겠지만 장난감을 구입하기 전에 ‘다른 놀이로의 확장’이 가능한지, ‘아이의 놀이를 풍요롭게 하는지’ 한 번쯤 고민해 보는 것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놀이운동가이자 놀이비평가인 편해문은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에서 “장난감을 버려야 한다. 아이들이 심심해야 논다, 아이들은 놀잇감을 스스로 만들어 논다”고 말했다. 구조성이 낮은 자연물이나 스스로 만든 놀잇감들은 아이들을 진짜 놀이로 이끄는 매우 주요한 매개물로이며, 이렇게 자유로운 환경에서 아이들은 스스로의 욕구와 흥미에 따라 자유롭게 놀이를 주도하면서 놀이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
자연물을 가까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조개껍질, 길에서 주울 수 있는 돌이나 나뭇가지, 다양한 야채와 과일 등 모든 것이 아이들의 놀잇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전환해보면 주위의 모든 것들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과 양육자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 아이들의 놀이가 확장되는 것은 물론 장난감 구매 및 폐기로 인한 탄소배출이 절감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나는 나의 육아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라면 남편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장난감을 샀고 어떨 땐 아이가 요구하기 전에 내가 더 먼저 나서서 사주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정작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은 종이로 접은 자동차. 자신이 접은 종이 자동차로 친구들과 다양한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흐믓하다. 하루에 한 번도 만지지 않는 색깔 예쁜 비싼 자동차는 이제 먼지 앉은 장식품이 되어간다.
지난 6년 동안 나의 욕심으로, 혹은 무지로 지구에 그리고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 많은 플라스틱들을 안겼다는 생각에 뒤늦은 반성을 하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장난감이 아닌 놀잇감으로 아이의 하루를 채우고 장난감을 덜 사면서 탄소배출이 가능한 육아를 조금씩 실천해보려고 한다. 얼마 안 가 다시 흔들릴 수 있지만 그럴 때 마다 종이접기를 하느라 집중하는 아이의 진지한 표정을 기억하고 상자 한가득 접어둔 종이 자동차들을 보면서 지금 있는 장난감들을 필요한 아이들에게 나눌 수 있길 소망한다.
그리고 올해 어린이날에는 장난감을 사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이지선 해와달 공동육아어린이집 학부모가 보내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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