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론보도

home   >   자료실   >   언론보도

[2020-08-18 뉴스포스트][기획-공동육아] ”저는 ‘산아래’...어른과 아이가 별명 부르며 평등하게 소통“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11-07 14:40 조회635회 댓글0건

본문

전주리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사무총장 인터뷰

‘육아’에 정답은 없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가장 큰 과제인 만큼 지금도 부모는 책, TV, 인터넷 등에서 그 답을 찾아가고 있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정 보육 시간이 증가하며 육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아이와 어떤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사회성에는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교차한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이웃과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공동육아(품앗이육아)’가 떠오르고 있다. 과거 집집마다 대문을 열어놓고 아이를 키우던 시절을 지나, 2020년 다른 가족과 함께 키우는 ‘공동육아’는 어떤 모습일까. 뉴스포스트는 기획 3부작을 통해 공동육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1994년 공동육아가 우리 사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약 26년이 지났다.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이웃과 단절된 시대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함께 어울려 사는 기회를 잃어가고 있지만 그 동안 공동육아는 내 아이, 남의 아이 나누지 않고 우리의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사회적 육아’를 역설해왔다.

그 결과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으로 시작된 공동육아 운동은 국공립어린이집, 공동직장어린이집, 협동조합유치원, 품앗이공동육아로 확대됐다. 또한 초등방과후, 대안학교 등을 만들며 초등돌봄에 대해서도 사회적 필요성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뜻이 맞는 부모들이 모여 집을 짓고 같이 사는 경우도 생겨났다.

단순히 아이를 함께 키우는 것을 넘어 함께 마을을 이루고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3일 뉴스포스트는 전주리(산아래)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사무총장과 만나 공동육아가 지향하는 가치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정주리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뉴스포스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홍여정 기자)
전주리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뉴스포스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홍여정 기자)

▲ ‘공동육아’의 역사가 이렇게 오래된 줄 몰랐다. 1994년 어린이집으로 시작해 초등 방과 후, 대안학교 등 점차 영역이 확장됐는데, 지금까지의 ‘공동육아 운동’을 평가한다면.

새로운 실험이었다. 국가로부터 지원도 없었던 시절, 부모들이 모여서 어린이집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안 가본 길을 지나왔기 때문에 힘든 면도 있었다. 그러다 국가 체계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지원을 받게 됐다(현재 공동육아어린이집은 ‘협동어린이집’으로 분류돼 국·공립, 민간 어린이집과 똑같이 보육료를 지원받는다). 여기에 지난해 개정된 누리과정 내용에 우리가 중점을 두고 있는 ‘관계중심 교육’과 ‘자유놀이의 중요성’ 등이 포함됐다. 우리로서는 우리의 방향이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감격했다.

 현재 공동육아어린이집 규모와 아이들 수는 대략 몇 명인가.

전국적으로 협동어린이집은 160개 정도로 파악되며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에 가입되어 있는 곳은 약 80개 정도다. 약 3000명 정도의 아이들이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어린이집 개소 현황이 수도권 중심으로 몰려있다. 역사에 비해 전국적으로 확산이 됐다고 보기 어려운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공동육아어린이집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그 지역, 그 마을에 사는 부모들의 필요에 의한 것이다. 아무래도 수도권 쪽에 유아의 수가 많고, 정보 전파가 빠른 젊은 부부들도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모범 사례가 있을까.

기본적으로 역사가 오래된 곳들은 인원도 많고, 안정적이다. 저희가 운영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곳들은 공통적으로 공동육아가 확산이 돼서 마을을 조금이라도 이루고 있는 곳들이다. 처음에는 부모들이 모여서 어린이집을 만든다. 시간이 지나 초등학생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가 만들어지고 나중에는 같이 살 집도 만들어서 들어간다. 강서구가 그런 경우다. 개구리 어린이집, 봉제산(방과후), 이을(공동주택)로 공동체가 이어지고 있다. 모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곳들이 많다.

▲ 일반 어린이집의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우선 일반 어린이집과 누리과정을 하는 것은 똑같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이 다르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는 교사가 ‘이거 해보자’라고 하지 않는다. 짜여있는 틀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놀이를 주도할 수 있도록 지켜봐준다. 아이들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다.

또한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보육에 참여하는 ‘참여보육’을 실행하고 있고, 교사가 회의구조를 갖는 교사회 체계로 움직인다. ‘별명 문화’도 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서로 별명을 부르는 건 이 터전(어린이집)에서 부모, 교사, 아이들이 평등하게 소통한다는 상징이다. 부모들 간에도 ”언니~“하면서 친해지기는 쉽지 않다. 아이들은 거인처럼 보이는 어른에게 조금은 만만한(웃음) 생각을 가지고 편하게 대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제 별명은 ‘산아래’다. 단순히 집이 산 아래에 있어서다. 남편은 ‘산미태’. 산 밑에 있다는 의미인데 발음 그대로 해서 별명을 만들었다. 부부끼리 연관되는 별명을 지으면 아이도 어른도 쉽게 기억하게 되더라.

▲ 보내기 위해 부모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나. 포기해야 할 부분도 있는지.

사교육에 관해서는 좀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씀드린다. 저희가 부모 상담을 하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 시기 아이들은 몸으로 배운다는 것. 자연, 어른, 또래와의 관계를 통한 교육이 이 나이 대에 맞는 교육법이라고 생각해 조항으로 두고 있다.

별명 문화도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다. 아이가 어른에게 반말을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 이 나이 대에는 어른을 어렵게 생각하는데 호칭부터 눈높이를 맞춰 부르면 아이들이 자유로운 본성을 나오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은 우리 사회의 모든 어린이들이 누구나 바람직한 육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어린이 복지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설립됐다(사진=홍여정 기자)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은 우리 사회의 모든 어린이들이 누구나 바람직한 육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어린이 복지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설립됐다(사진=홍여정 기자)

▲ 운영의 주체가 되는 것은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시스템이다. 교사와 부모와의 갈등도 분명히 존재할 텐데, 해결은 어떻게 이뤄지나. 각자의 역할에 대한 구분이 있나.

물론이다. 부모는 운영을 하고 교사는 교육을 한다는 것이 서로 합의가 되어 있고 정관이나 규정에도 들어가 있다. 조합별로 방모임, 교사회, 총회 등 서로 모임을 통해 소통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실제 갈등이 생길 경우 ‘회복적 서클’ 프로그램을 통해 중재하기도 한다.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과 연구도 진행한다. 지역 모임도 한다. 부모는 부모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다른 지역 어린이집 이야기를 들으며 정보 공유를 한다.

또한 교육 아마(아빠,엄마의 줄임말) 활동도 진행한다. 부모가 직접 어린이집 생활에 들어가 보면서 내 아이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을 돌보기도 한다. 아울러 교사의 입장을 이해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갈등 속에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여러 노력들을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육아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가족들도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힘들다는 인식이 있는데.

물론 부모 참여 활동이 의무적인 것이 몇 가지 있다. 방모임 1달에 한 번, 총회 1년에 한 번, 큰 모임들이 어린이집별로 있다. 그 외에 김장, 대청소 등의 활동도 진행된다. 그런 것들이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공동육아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시작됐고, 지금 공동육아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맞벌이 부부들의 만족도는 높다. 급작스러운 일이 있을 때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본인 아이 데리러 왔다가 혼자 남아있는 아이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데려가서 저녁을 먹이고 돌봐준다. 서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받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 우리나라 육아 현실은 엄마 위주의 독박육아 혹은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아이의 성장을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 가정 내의 불통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공동육아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보나.

사회적으로 개인주의가 심해지면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키울 때 도움 받을 곳이 없다. 경쟁 사회가 되면서 협동의 문화가 많이 없어졌다. 그러면서 육아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공동육아는 공동체(마을)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희노애락을 경험해볼 수 있다. 아이를 계기로 부모도 새로운 사회를 만나 어려움을 다 같이 극복하는 것이다.

아이도 내가 보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보는 모습이 다르다. 아이가 엄마랑만 있으면 엄마에게 보여지는 모습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만을 위해 자기도 모르게 노력하게 된다. 엄마도 아이랑만 있으면 나도 모르게 포악해지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고립 육아의 문제점이다. 물론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자연스럽게 마을 이웃을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견제가 된다면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

▲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공간에 대한 지원을 고민해주시면 좋겠다. 부모들의 출자금을 통해 어린이집이 생기는데 지역별로 비용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평균 300~900 정도의 출자금을 내는데 도심에 있다면 높아진다. 영구 터전인곳도 있지만 전세나 월세인 곳도 있다. 공간 비용에 대한 변동이 생기면 갈등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공간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공동육아를 진짜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 공동육아 운동의 방향은 무엇인가. 궁극적인 목표는.

소통하며 관계를 맺어왔던 예전과 다르게 현재 젊은 부모 세대는 개인주의가 심해지다보니 내 가족만 생각하고, 이웃과의 관계가 부족해지는 경향이 있다. 옛날에는 공동체간 회복력이 있어서 어제 싸웠어도 오늘 인사하고 얘기하면서 그 갈등이 해결되곤 했지만 요새는 보기 힘들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지금의 공동육아 시스템이 맞는 걸까 고민하고 있다. 올해는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앞으로의 공동육아 운동을 진행할 것 같다.

공동육아는 ‘너와 내가 어울려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그 나이에 맞게 행복하게 살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힘들지 않게 마을을 형성하고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

 

* 원문 링크 : http://www.news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8020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