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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3 헬스조선] 이적 엄마 박혜란이 말하는 '아이 키우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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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하철 작성일14-05-13 01:11 조회2,9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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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2/12/2013121202597.html

“엄마와 아이 모두 행복하려면 아이를 손님처럼 대하세요?” ①


세 아들을 서울대에 보냈다. 큰아들은 건축가 겸 건축과 교수, 둘째는 가수 이적, 셋째는 MBC 드라마 PD로 각자의 분야에서 잘나간다. 이쯤 되니 수많은 사람이 삼형제 엄마에게 ‘아이 키우는 비결’을 묻느라 아우성이다. 여성학자이자 30년 차 자녀교육 강사인 박혜란이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단에서 내려올 수 없는 이유다. 박혜란이 말하는 행복한 육아 노하우는 쉽고도 어려웠다.

‘공부=성공’인 시대는 지났고, 출세해서 행복한 것도 결코 아니란 사실을 세상 살면서 수도 없이 경험하지 않았느냐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진 조은선(St.HELLo)

아이는 손님처럼 적당히 사랑하라

“얼마 전에 둘째 이적이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 녹화를 하고 와서는, ‘엄마 보지 마세요’ 그러더라고요. 방송에서 또 내 흉을 본 게다 싶어 궁금해졌죠. 기다렸다 방송을 보니 형, 동생이 모두 서울대 나왔다는 얘기랑 엄마 얘기를 하더군요. 독립적이라 어디 가서 엄마 얘기 잘 안 하는데, 웬일인가 싶었죠. 기자 출신, 39세에 다시 여성학을 공부했고, 삼형제를 서울대 보낸 공부 비법이라고 자막까지 나오더라고요. 고것 잠깐 나왔다고, 다음 날 제 책 한 달 주문량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베스트셀러가 된 거 있죠. 우리나라 부모들의 육아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실감했어요. 근데 어쩌죠? 제 책 사보면 ‘공부시키지 말라’는 말인데….”

목소리 한번 또랑또랑하다. 이 흡인력 있는 목소리의 머리 희끗한 30년 차 베테랑 육아 강사는 박혜란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이사장이다. 여성신문 편집위원장이기도 하다. 이보다 ‘가수 이적 엄마’라고 하면 ‘아~’ 하고 빠르게 알아본다.

아들의 방송 출연으로 다시금 바빠진 이적 엄마, 박혜란. 전국팔도 강연 유람을 즐기다, 오늘은 모처럼 서울시청 시민청을 찾았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모여든 150명의 청중은 한 단어라도 빠뜨릴 수 없다는 기세로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이것이 아이를 좀 더 잘 키워 보겠다는 의지에 불타는 이 시대의 보통 엄마, 아빠의 모습이다.

‘그래, 이제 본격적으로 삼형제를 서울대에 보낸 비결을 이야기하겠구나.’ 청중 중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 부모에게 박혜란은 돌직구를 날린다. ‘공부 하라고 절대 말하지 말라’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원칙 네 가지를 세웠죠.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기, 과외 안 시키기, 마음껏 놀게 하기, 촌지 주지 않기요. 큰아들이 중학생일 때 저한테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도 엄마한테 공부하란 말 듣고 싶다’고요. 강연하면서 수많은 부모를 만나보면 ‘공부하란 말을 어떻게 안 할 수가 있느냐’고 의아해해요. 그렇게 묻는 사람들은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두면 세상에 낙오자가 되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를 사랑해서 그렇죠. 그렇다면 적당히 사랑하세요. 좀 있다 떠날 손님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손님한테는 요구가 줄어들잖아요.”

그가 자라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철저하게 느낀 육아 노하우다. 공부는 적성이기 때문이다. 형제 중 공부가 적성에 맞는 자신은 공부를 해서 서울대에 갔고, 아이를 키우고서도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공부라 39세에 여성학을 다시 공부했다. 다른 형제들은 공부가 아닌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각자 분야에서 더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 자신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공부=성공’인 시대는 지났고, 출세해서 행복한 것도 결코 아니란 사실을 세상 살면서 수도 없이 경험하지 않았느냐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공부하고 싶다는 아이에게까지 하지 말라고 할 필요는 없다.

믿는 만큼 자란 아이들

그러면 어떻게 아이의 적성을 찾아주란 말인가? 박혜란은 적성은 부모가 찾아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모는 아이를 믿고 인내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이 대목에서 그의 세 아들이 적성을 찾은 과정을 소개하면 도움이 되겠다.

“과외 시키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한 번도 안 한 것은 아닙니다. 큰애 중학교 3학년 때 밤 10시면 자던 애가 밤늦게까지 ‘산업디자인의 세계’란 프로그램을 혼자 보더라고요. 다음 날 자기는 디자인을 하면서 살고 싶다며, 데생을 가르쳐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동네 아파트에 사는 미대 1학년생 누나한테 3개월을 배우게 했죠. 아이가 그다음으로 한 말은 ‘엄마, 나 아름다운 집을 짓고 싶어’ 였어요. 큰애는 그렇게 자기 적성을 찾고서 건축학과에 입학했어요.”

이어 둘째 이적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피아노 건반을 그리라는 숙제에 아이가 큰 모조지에 건반을 그렸다. 그리고 두 손을 종이 건반에 올리더니, 입으로 ‘딴딴딴 따, 딴딴딴 따’ 소리를 내며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쳤다. ‘반짝반짝 작은 별’도 아닌 ‘운명 교향곡’이라니. 기특한 마음에 배우고 싶냐 물었고, 아이 선택에 의해 동네 아줌마가 하는 피아노 학원에 보냈다. 이적은 3년 동안 피아노 학원을 즐겁게 다녔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저작권 개념을 거론하며 음악으로 먹고살겠노라고 스스로 선언했고, 지금 대한민국이 다 알아주는 유명 음악가로 살고 있다.

막내의 적성은 노는 모습에서 일찌감치 발현됐다. 방문을 닫고 들어가 두세 시간은 거뜬히 혼자 놀았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적군이 되었다가 아군이 되었다가를 반복하며 집중하며 노는 모습에서, 엄마는 ‘스토리를 쓸 줄 아는 싹수’를 발견했다. 그래서 얌전하고 숫기 없는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했을 때, 엄마는 당연하게 여겼다. 결국 그의 믿음처럼 막내 이동윤은 드라마 PD가 돼 ‘여왕의 교실’, ‘신들의 만찬’, ‘최고의 사랑’ 같은 굵직한 작품을 연출했다.

육아, 부모도 성장하는 시간

“이렇게 말하면 ‘그 집 아이들은 잘될 싹수가 있던 것 아니냐’는 식으로 ‘선천적인 DNA설’을 말하더라고요. 싹수 있는 아이와 싹수 없는 아이가 따로 있다고 보세요? 모든 아이는 싹수가 있어요! 저에게 아이를 데려와 육아 고민을 털어놓는 부모를 보면 그 집 애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의 모든 아이는 공부 말고도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어요. 부모가 사랑한다는 핑계로 욕심이란 색안경을 끼고 보니 안 보이는 것뿐이죠. 명심하세요. 아이는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그는 아이를 하나의 독립된 존재, 나와 다른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라고 거듭 당부했다. 부모로서 인식을 조금만 바꾸면 아이에게 올인하며 쏟아붓는 돈, 시간,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고도 했다. 남는 것은 부모 스스로를 키우는 데 투자해야 한다는 게 그의 마지막 당부였다. 그는 “맹목적으로 아이 뒷바라지한 나와 같은 세대의 부모를 보면 달랑 집 한 채 또는 그것마저도 없이 지낸다”면서 “100세 시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까 고민하라”고 했다. 전업주부라면 책을 읽는 게 첫 번째 자신을 키우는 방법이다. 그다음 아이를 키운 뒤 남은 인생을 보낼 다른 직업을 찾아보는 것이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명강의가 끝나고 <월간 헬스조선>의 독자를 대신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 육아에 도움이 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적어도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만이라도 아이들이 느슨하게 살면 좋겠어요. 학원을 오가기보다는 놀다가 지치면 늘어지게 한숨 자고, 공원에서 고양이나 비둘기를 만나면 쭈그리고 앉아 이야기 나누는 거죠. 어렸을 때 키워 줘야 할 것은 인지 능력이 아니라, 공부건 놀이건 ‘즐기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동네 도서관에 들러도 좋겠네요. 이 책 저 책 들추며 다른 아이와 이야기 나누고, 알게 모르게 자신의 적성도 찾아내도록 말이죠. 마지막으로 몸의 언어로 사랑해주면 좋아요. 많이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는 행동에서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기 때문이죠. 저는 지금도 우리 아이들이 집에 오면 먼저 포옹으로 인사해요.”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두면 세상에 낙오자가 되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를 사랑해서 그렇죠. 그렇다면 적당히 사랑하세요. 좀 있다 떠날 손님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손님한테는 요구가 줄어들잖아요.

/ 취재 강미숙 기자 suga33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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