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7 경남도민일보] [도시재생과 공동체 회복] (3) 주민이 만든 '살고픈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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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9-01-09 14:53 조회838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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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부터 동네금고까지…삶의 질 높이는 '관계 맺기'
주민 협동조합·협의회 구성해
마을문제 해결 위해 함께 고민
독서모임 등 취미생활 공유도
주민들은 먼저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고, 주민끼리 '관계'가 형성되면 정주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관계로 공동체를 형성한 주민들은 행정에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행정은 주민이 원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 성미산마을
1993년 공동육아 고민에서 출발한 성미산마을은 끈끈한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성미산은 행정동이 아니다. 서울시 성산·서교·망원·연남동을 아울러 공간이다. 1500가구의 사람들이 '관계로 형성한 마을'이 가정 적절한 설명이다. 여기서 살다 이사간 사람들이 차를 타고 2시간이 걸려도 찾아온다.
▲ 사슴 씨가 성미산마을 마을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
성미산마을에서 개발 갈등이 시작된 것은 2001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성미산 꼭대기에 배수지(수돗물 수압을 높이는 물탱크)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서울시가 배수지 사업을 발표하자 성미산 일대 6만 1274㎡ 땅을 소유하고 있던 한양대 법인 한양학원도 아파트 건설 계획을 추진했다.
주민들은 사업에 따른 생태 자연공원 파괴를 주장하며 2년 동안 천막농성 등을 하며 반발했다. 결국 서울시와 한양학원은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한양학원은 이 땅을 건설사에 매각, 건설사는 다시 홍익학원에 되팔았다. 홍익학원은 진통 끝에 결국 초중고를 설립하고 기숙사도 만들었다.
홍익학원의 학교·기숙사 설립은 막아내진 못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끈끈한 공동체를 형성했고 자신감을 키웠다. 관계망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도 넘어섰다. 어린이집 폭행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공동육아협동조합을 만들어 어린이집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진학해야 하자 2004년 9월 '성미산 학교'를 열었다.
▲ 성미산마을에 있는 성미산학교의 시간표. 미술, 음악, 숲나들이, 뛰어놓기 등이 더 많다. /김희곤 기자 |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다양한 협동조합을 꾸리고 마을기업을 세웠다. 책을 읽는 부모가 늘면서 독서모임 13개에 이어 어린이 책방 '개똥이네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왕년에 기타 좀 쳤던 아빠끼리 '아마밴드'를 만들었고, 동네 사진관 사장님과 '동네 사진관' 동아리를 만들었다. 급히 돈이 필요한데 이자가 너무 높으니 '동네금고'를 만들어 연 2%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쓸 수 있게 했다.
이런 식으로 공동주택, 라디오 방송국, 반찬·의료지원, 마을 축제, 오케스트라, 태양광 보급 등 모두 70여 개 독립적인 공동체가 활동을 하고 있다.
▲ 성미산마을 어린이 책방 내부. /김희곤 기자 |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이름 대신 정감있는 별명을 부른다. 성미산마을의 마포활력소를 이끄는 '사슴' 사무국장은 "최초 시작은 공동육아에 관심이 있는 10명 정도였다. 마을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게 되고, 공동체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안산 일동 주민자치위원회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일동 주민자치위원회 활동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노란 풍선' 캠페인이다. 이들은 2016년 전국 주민자치박람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올해 경기도 주민자치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안산 일동에도 잠시나마 재개발 바람은 불었고, 일부 주민은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도룡뇽이 사는 성태산 등 자연환경을 더 중요하게 판단했다. 또 지질이 큰 암석이라 개발공사가 쉽지 않았던 것도 재개발을 하지 않은 한 이유다.
오명철 주민차치위원장은 일동을 '다이나믹한 동네'라고 규정했다. 노란풍선 캠페인이 한 예다. 일동은 차량과 공간을 비교했을 때 주차를 전부 수용할 수 없는 동네였다. 따라서 이중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올해 2월부터 학부모회, 녹색어머니회, 운영위원회 등과 함께 호동초등학교 앞 이중 주차차량에 노란풍선을 달기 시작했다. 아이들 등교할 때 교통사고 위험이 크니 학교 주변에는 이중 주차를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였다.
오명철 위원장은 "단속을 하는 것도 아닌데 올해 6월쯤 되니까 이중 주차가 거의 없어졌다. 새벽 4~5시가 되면 차를 움직이는 주민이 생겼다"며 "경찰과 학교장 등도 관심을 갖고 돕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경기 안산 일동 주민자치위원회가 만든 카페 '마실'. 카페를 통해 주민 일자리를 만들었고, 카페는 주민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된다. /김희곤 기자 |
일동 주민자치위는 성악·동요·그림·북세미나 교실 등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앞으로는 10명 정도가 출자금을 내서 거점공간을 마련해 '마을부엌' 설립을 고민하고 있다. 끼니를 때우기 힘든 아이들이 1000원만 내면 언제든지 마음껏 먹고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2016년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심사평에서 일동은 지역 내 직능단체와 주민모임, 마을 기관과 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을 효과적으로 연계한 주민협의회를 구성하고 마을축제와 마을총회 병행으로 주민자치의 기반을 강화했다는 평가로 대상을 받았다. 마을계획 설명회와 박람회, 분과별 워크숍, 주민 300인 원탁회의, 일동 100인 패밀리 합창단 등으로 마을계획을 민주적이고 내실 있게 수립하면서 주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사업들을 기획하고 추진했다는 것이다.
오명철 위원장은 "일동에는 마을 활동가가 왜 그렇게 많냐고 하는데,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마을의 문제를 인식한 1~2명이 직접 움직이니까 같은 생각만 하고 있던 사람이 결합하고 선순환이 됐다. 주민과 주민이 연결됐다. 공동체가 확장되니 파출소를 거점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동 주민자치위의 시작도 2000~2001년 공동육아를 꿈꾸던 사람들이었다.
유럽에서는 공동체 형성이 훨씬 앞섰다. 영국과 덴마크는 공동체 결성이 활성화돼 있으며 지속가능성을 위해 사업영역으로 넘어가는 단계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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