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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 쇠뜨기가 뭐야"를 소개합니다 - 부천 산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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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진희 (180.♡.211.63) 작성일03-09-24 16:49 조회2,5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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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벳은커녕 한글도 안 가르친다. 물론 셈법도 없다. 그저 들로 산으로 매일 나들이를 다니며 자연과 함께 숨쉬며 뛰논다. 춤추며 그림 그리고, 노래하며 뒹군다. 어른의 잣대로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냥 키운다. 내남없이 우리 아이들이다. 함께 키운다. 키우되 깨닫게 한다. 스스로 자라게 한다. 자연과,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을 중시한다. 부천 '산어린이집'의 교육철학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회색도시에서 어쩌면 우리의 아이들이 '사육'되고 있는 건 아닌지, 정글 자본주의 사회가 부추기는 경쟁구조 때문에 우리의 아이들이 조기교육의 광풍에 내몰려 서서히 질식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에 가득 찬 시선을 던진다.
   그래서 아이들이 아이들답기를 원한다. 자연의 품에 안겨 생명의 소중함, 보잘 것 없는 것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오감을 자극해 표현능력을 계발, 확장시킨다. 무릇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을 키운다. 더불어 사는 세상, 자신의 존재가치, 역할을 배운다. 건강한 정신과 튼튼한 몸을 갖춰 생동감 있게 살도록 한다.

   그렇다고 일말의 불안감이 없진 않다.
'교육제도와 구조가 잘못돼 있는데 …', '내 아이는 남들과 달라야 하는데 …', '과외다, 학원이다, 외국어다, 남들 다 시키는데 …', '이러다 우리 아이만 낙오하는 거 아냐?' ….
   그래도 '산어린이집' 사람들은 '아이 중심의 교육'을 내세운다.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를 옭아매지 않는다. 자연과 교감하고, 나와 너로 가르기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을 일깨우고, 시장과 자본의 논리에서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어 한다.
   이 책은 지난 6년간 육아공동체 '산어린이집'이 '자연 친화 교육'과 '공동체 교육', '전통 문화 교육(생활 교육)'을 아이들과 함께 실천한 경험을 엮은 책이다. 산어린이집을 거쳐 간 100여명의 아이들, 가르친 게 아니라 함께 한 교사들, 부모들의 체험담이다. 공동육아의 내용, 교육 방향과 실천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하여 공동육아 현장에 몸을 담고 있거나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 육아와 교육에서 고립되고 배제된 부모들, 그들과 공동육아의 의미와 결실을 나누고 공유하고자 펴냈다.
   나들이를 다니며 텃밭을 가꾸고 농사를 지어보면서 자연의 일부가 되고, 자연의 섭리를 익히고 깨닫는 사람들, 장애우와 함께 하며 공동체 교육을 펼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잘 노는 교육 - 어린이에게 놀이는 생활이며, 교육이고, 삶의 전부다

   산어린이집 아이들은 꾀죄죄하다. 땀과 흙이 범벅돼 얼굴에 땟국이 흐른다. 흙강아지가 되는 걸 주저치 않는다. 씻으면 그만이고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는데 웬 걱정이냔다. 어디서나 눈에 띈다.
   두려움이 없다. 도전한다. 모험과 탐색을 즐긴다. 궁금한 건 못 참는다. 보고 듣고 만지고 코로 킁킁거려보고 입안에 넣고 깨물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아이들은 본래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움직인다. 온몸의 신경세포가 자극을 받아 발달하기를 원하는 본능적?생존적 필요에 따라 움직인다. 내면에서 성장 발달하고자 하는 욕구가 용솟음친다. 끊임없이 온몸으로 체험하고 감각적으로 느끼면서 세상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런 아이들을 좁고 답답한 공간에 종일 묶어두고 획일적인 교육프로그램으로 '읽고 쓰고 더하고 빼는' 일만 반복시킬 때,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길 기대한다는 건 애당초 무망한 일이다. 생기를 잃고 시들시들해진다. 뽐내고 보여주는 걸 좋아하게 된다. 승부의 세계에 길들여진다. 아이답지 못하고 '애어른'이 된다. 천진난만이란 어불성설이다. 건강함도 오간 데 없다.
   그래서 산어린이집은 아이들이 활동과 놀이에 열중하게 만든다. 활동과 놀이의 주체는 아이다. 교사는 보조자다. 지원자다. 규칙과 방법을 알려주곤 뒤로 물러선다. 하지만 규칙과 방법도 아이들이 정하기 나름이다. 서로 협의한다. 창조한다. 협의하고 창조하고 상상하면서 배운다. 자기의 역할을 이해한다. 역할의 가치를 깨닫는다. 정형화된 규칙이 싫으면 자연에서, 길거리에서 활동하고 놀잇감을 구한다.
   산어린이집에서는 놀이 곧, 노는 것은 아이들의 권리라고 말한다.

    자연 친화 교육 - 탐색과 체험의 공간인 자연은 무한한 학습의 장이다

   산어린이집 아이들은 칠점박이 무당벌레가 어른 손톱만 한지 자신 새끼손톱만 한지 안다. 플라스틱 로봇인형? 바비인형은 재미가 없다. 돌멩이 하나로 노는 비석치기, 땅따먹기가 더 재밌다. 재미를 안다. 혼자 놀기보다 여럿이 놀아야 더 재미있다는 걸 안다. 호랑나비 애벌레도 덥석 잡아본다. 쏘여도 물려도 상관없다. 결과가 오히려 값져서 평생 잊지 않는다. 애벌레의 고운 초록색의 차이를 안다. 땅강아지의 튼튼한 앞발을 기억한다. 움찔움찔 꿈틀꿈틀 살아있는 것의 생명력을 실감한다. 교감한다. 상상력을 발휘한다. 생명체가 살아 숨쉬는 숲의, 자연의 신비와 소중함을 느끼고 깨닫는다.
   그림책이든 도감이든, 화려한 영상매체든 무당벌레, 노린재, 호랑나비 애벌레, 땅강아지, 개구리 알은 등장한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부족하다. 무당벌레가 손가락만 한지 손톱만 한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노린재의 냄새가 어떤지 설명이 안 된다. 가르쳐주고 설명해줘도 가늠이 안 된다. 사진 속의 호랑나비 애벌레의 초록색은 죽은 색체다. 애벌레가 어떻게 탈바꿈하는지 실감이 안 된다. 우무질에 싸인 개구리 알의 물컹함은 전달되지 않는다. 자연의 순환을 알기 어렵다. 생명력이 없다. 인식이 달라진다.

   들로 산으로 나들이에 나선 아이들은 실감한다. 사진 속 무당벌레의 실체를 새롭게 보고 느낀다. 노린재의 속성과 그 '지독한 냄새'를 안다. 호기심과 궁금증이 싹 튼다. 탐색하고 체험한다. 훌쩍훌쩍 높은 산도 거침이 없다. 이제는 교사들의 숨이 턱에 차게 만든다. 자연 속에서 건강하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걸 알고 자연의 흐름을 이해한다. 세상을 보는 눈이 커간다.

    공동체 교육 - 공동체는 '생활필수품'이다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고 핵가족화하면서 아이들이 부대낌을 모르고 자란다. 금지옥엽이야, 깨진 독 위하듯 자라는 아이들의 중심엔 오로지 자신만 있다. 갈등을 해소하고 삭이는 데 서툴다. 유약해진다. 더불어 살기 위해 산어린이집은 개원부터 지금까지 장애우 통합교육을 하고 있다. 함께 지내면서 장애우의 아픔과 불편을 이해한다. 선입견이 없어진다. 그냥 친구다. 불편함을 가진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란 걸 깨닫는다. 장애 아동도 위축되지 않는다. 마음이 열린다. 이해와 배려로 서로 더 굳은 관계를 맺는다. 서로 존중한다. 아이들의 세계가 확장된다.

   놀이도 함께하는 놀이가 주종이다. '누가누가 잘하나'는 지양한다. 모두 화합해야 놀이가 진행된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다. 공동작업이 만들어낸 작품에 환호한다. 박자를 맞추고 리듬을 살리면서, 그림 그리고 노래하고 춤춘다. 강강술래와 택견으로 '어울림'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실천한다. 풍물에 어깨춤을 들썩이며 신명에 취한다. 한 몸이 되어 즐거움을 나눈다. 조상의 지혜를 배우고 문화를 이어간다. 그렇게 공동체성을 키운다.

   산어린이집은 '통짜배기' 교육을 한다. 확장 활동을 한다. 잘 차려입고 나들이에 나서지 않는다. '걷기'라는 중노동도 교육이고 몸 활동이다. 아이들에겐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거리의 풍경이 학습의 대상이다. 호기심의 대상이요 놀잇감이다. 포크레인이 움직이는 건축현장도 학습의 장이다. 나들이의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신의 내면에 더 크고 듬직한 걸 안고 돌아온다.
   아이, 교사와 부모들은 서로 삼투한다. 소통하며 산어린이집을 꾸려간다. 아이를 중심에 놓고 전통 문화를 생활 속에 실천한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인간성 회복이다. 전래놀이로 함께 부대끼고 나누며 베푼다. 개성을 강조하되 존중한다. 평화를 기원한다. 그러면서 더 큰 공동체를 꿈꾼다.




  차    례


        산어린이집에 처음 가봤을 때            정병호___9
        변함없는 산집의 즐거운 변화를 기대하며            황윤옥___11
        풀잎 엮어 산 만들고            이말순(코뿔소)___14


    * 자연 친화 교육 1

        잘 노는 아이가 건강하다            이말순(코뿔소)___31
        나들이 이야기            김인숙(들꽃)/ 김성희(기린)/ 안은향(미니)/권원영(오이)/ 박재형(헤라클레스)___39

    * 자연 친화 교육 2

        이 농사 지어서 누구랑 먹을꼬             이말순(코뿔소)___81
        산들꽃 농장            이말순(코뿔소)___97
        둘리삐삐, 사랑해            이말순(코뿔소)/ 박재형(헤라클레스)___117
        염소, 잘 먹겠습니다              이말순(코뿔소)___124
        긴 나들이            이말순(코뿔소)/ 박재형(헤라클레스)___137

    * 공동체 교육

        어린이의 공동체성            이말순(코뿔소)___153
        초기 아이들의 모습            이말순(코뿔소)___164
        장애우 통합교육            이말순(코뿔소)___176
        장애우 부모의 체험            박장배___188
        춤추며 그림그리기            안은향(미니)___196
        몸 활동            이말순(코뿔소)___204
        이크! 에크! - 택견 활동            박장배___213
        촐래촐래가 잘 논다            이말순(코뿔소)___223
        손뼉 마주치기            김인숙(들꽃)/ 김성희(기린)___235

    * 조합공동체의 어제와 오늘, 내일

        육아 문맹 퇴치하기            박장배___251
        공동육아에서 교사로 살기            이말순(코뿔소)___262
        공동체는 이제 생활필수품이다            조춘애___282
        첫 마음 붙박이 마음            박장배___294



      본문 중에서

   공동육아에서는 부모와 교사, 그리고 아동이 세 주체로서 평등하게 존중하고 존중받기를 원한다. 부모들은 교육 제반의 환경과 틀을 마련하고 교사들과 상호 건전하게 소통함으로써 공동체를 운영해나가고, 교사회는 아이들과의 교육 내용을 실천하고 부모들과 진솔하게 교육의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민주적인 교사와 부모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공동육아의 '공동'의 의미가 조합원들 간의 유대만이 아니라, 교사회와도 역할을 나누어 육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19쪽)

   우리 사회가 산업 사회를 지나 정보화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는 동안 아이들의 삶의 질은 급격하게 저하하고 있다. 아이들은 충분히 뛰어놀면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키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야 하고 남들보다 정보의 양을 늘려서 경쟁력을 키워야만 승자로 행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제 중심의 교육은, 모든 아이가 승자가 될 수는 없는 일이므로, 많은 아이들에게 피해의식과 자기 비하를 낳게 하여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방해한다. …… 공동육아를 선택한 어른들의 생각은 이러한 교육 현실의 폐해를 직시하고 아이들이 또래들과 충분히 뛰어놀며 또래의 소중함을 알고,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을 줄 아는 아이들로 키우자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이 온갖 개발 때문에 황폐해져서 아이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이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 (20∼21쪽)

   유아기에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업이 있다면 발달단계를 앞질러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살아나갈 건강한 몸을 발달시켜나가는 것과 또래들과 관계를 잘 맺는 사회성을 익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3쪽)
   공동육아는 아이들에게 자연 속에서 놀 권리를 보장하고자 한다. 숲 속을 걸으면서 새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어린이로, 벌레나 나뭇잎의 자연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어린이로, 눈이 오면 눈을 즐기고 비가 오면 비를 반기는 어린이로 자라게 하는 것이, 자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문명의 풍요함을 누리고 사는 기성세대가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 아이들이 산으로 들판으로 쏘다니는 것을 보며 흐뭇해한다. 나들이를 통하여 또래와의 만남을 따뜻하게 기억하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하여 어린이의 인식과 경험의 세계를 넓혀 나간다. 자연은 모든 생명체가 어우러져 숨쉬는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34∼35쪽)

   이렇게 아이들은 훌륭하게 또래 관계를 형성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마음이 자란다. 역동적인 육아 환경인 공동육아 방식을 하나 둘씩 배우고 생활로 익혀 살아가는 과정 안에서 내 자신도 작은 성숙을 거치면서 공동체적인 인격자로 성숙되길 기대해본다. 산집 아이들도 밝고 티 없이 공동육아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율적이고 따뜻한 공동체적 품성을 생활 속에 지녀, 잘 자라고 성장해서 사회에서도 나와 너의 구분이 없는 우리라는 말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작은 희망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244쪽)


      산어린이집 소개

   육아공동체다. 아이들?교사?부모가 교육의 주체가 되어 자연 친화적이고 마을 공동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1997년에 공동육아 협동조합 중에서 12번째로 개원했다. 부천 성주산 동쪽자락(소사동)에 터전을 잡아 17가구 23명의 아이들로 시작했다. 2001년 3월에는 산어린이집에서 공동육아를 했던 부모(조합원)들이 중심이 되어 대안초등학교인 '산어린이학교'의 문을 열었다.
   공동육아는 가난한 지역의 어린이들 보호와 교육을 위해 1978년 결성된 '해송어린이걱정모임'에서 출발했다. 산어린이집의 원장 이말순은 1980년대를 해송아기둥지(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지금의 공동육아프로그램의 초석이 된 '나들이'를 시작하였다.

   현재 전국에는 준비모임을 포함해 50곳이 넘는 '어린이집'이 있고, 이외 '방과후 교실'과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방과후 학교인 '지역공동체학교', '품앗이 공동육아'가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을 함께 하고 있다.
   산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교사와 부모들은 함께 거듭나고, 이 땅에서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고민한다. 아이와 교사, 부모들은 새로운 마을 공동체를 꿈꾸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꾼다. 현재 3명의 장애우를 포함해 36가구 43명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2003년 6월 부천 송내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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